ADVERTISEMENT

"나는 음모 기획할 능력 없다 희생 요구한다면 내가 감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른바 386세대의 '신주류 제거 음모론'에 휘말렸던 청와대 박범계(朴範界)민정2비서관.

그는 지난달 30일 저녁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는 분위기라면 내가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朴비서관은 처음엔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러나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 있는 민정2비서관실로 찾아가자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음모론의 중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는데.

"(단호하게)그동안 판사밖에 한 일이 없다. 내 머릿속에 음모란 말은 들어 있지 않다. 음모를 기획할 능력도 없다. 이번 일로 상처 입을 것도 없고, 부끄럽지도 않다. 혹 정치를 하더라도 당당하게 하려 한다. 그럼에도 나 하나가 희생돼 이 국면이 진정되고 모두가 이성을 찾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

-왜 그런 생각을 했나.

"내가 노무현 대통령 캠프로 찾아온 것은 민주화운동에 동참하지 못한 데 따른 386세대에 대한 '부채의식'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로 인해 386세대 전체가 다시 매도되는 상황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그는 지난해 대선기간 중 386세대인 김민석(金民錫)전 민주당 의원이 정몽준 신당으로 옮기자 "뜨거웠던 1980년대를 살았던 이들의 열망이 의혹과 냉소로, 헌신과 희생이 훼절로 변하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면서 법복을 벗고 盧대통령 진영에 합류했다.)

-朴비서관이 "검찰 수뇌부 인사를 내가 했다"고 말하고 다녔다는데.

"지어낸 말들이다. 검찰인사 파동 이후 일부러 더욱 조심해 왔다."

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