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 때문에…공무원간 '김영란법' 위반 첫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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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공무원이 국민권익위원회 직원에게 음료수를 건넸다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공무원간 금품수수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권익위는 16일 대구시 공무원인 A팀장(5급)과 B씨(6급)가 권익위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직원에게 음료수 1박스를 제공한 혐의로 대구지법에 과태료 부과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청탁금지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할 경우 제공한 금액의 2∼5배를 과태료로 부과한다.

A팀장 등은 지난달 6일 업무협의를 위해 중앙행정심판위를 방문했다. 대구 시민이 대구시장을 상대로 낸 행정심판의 업무 담당자로서 시가 제출한 답변서 등 자료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이날 중앙행정심판위 사무실을 방문하기 직전 청사 1층 매점에서 과일 주스 1박스(1만800원)를 신용카드로 샀다. 이어 사무실에 들어가 주스를 내밀자 담당 공무원이 “이런 걸 가지고 오면 어떻게 하느냐”며 거절했다. 1시간 가량 설명을 마친 뒤 A팀장 등은 주스를 담당 공무원 옆 탁자에 두고 나왔다.

행정심판위 직원은 곧바로 이를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했다. 권익위 측은 지난달 27일 대구시를 방문해 A팀장 등을 조사했다. 이들은 조사에서 ”행정심판 업무 담당자의 바쁜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조그마한 성의 표시로 음료수를 가져갔던 것”이라며 “그 직원이 가져가라고 했지만 다시 가지고 나오면 멋쩍을 것 같아 그냥 나왔다”고 진술했다.

대구시는 법원이 과태료 부과 결정을 할 경우 따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두 직원의 징계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이 법이나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반드시 징계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들 중 A팀장은 지난 8∼9월 열린 대구시의 청탁금지법 교육에 참가했지만 민원인을 만난다는 이유로 끝까지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고 B씨는 당시 타지역 장기출장으로 아예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홍권삼 기자, 박성훈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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