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장에 선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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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15일 법정에 섰다. 이 교육감의 변호인은 뇌물을 전달한 공범 3명과 따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천지법 형사12부(장세영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후 열린 첫 재판에서 이 교육감의 변호인은 "이 교육감 입장에서 공범들은 증인이 되는데 재판부가 이들의 수사기록을 봤다면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법관에게 선입견이나 편견을 주면 안 됨)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먼저 재판을 받은 공범들의 구속기간(6개월)이 내년 2월에 만료되기 때문에 이 교육감 입장에선 재판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재판을 따로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기일에 이미 사건이 병합이 됐고, 교육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빨리 재판이 진행되는 것이 맞다"며 "공범들이 '교육감의 선거빚을 대신 받아줬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재판을 위해서라도 사건을 병합해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공범 3명에 대한 공소사실 외엔 보지 못했다"며 "공소 사실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며 이 교육감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 교육감은 이날 남색 양복에 금테 안경을 끼고 법정에 섰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직업을 묻는 질문엔 "인천광역시 교육감"이라고 대답했다.

이 교육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6월 26일부터 7월 3일까지 인천의 한 학교법인 소속 고등학교 2곳의 신축 이전공사 시공권을 넘기는 대가로 건설업자(57)에게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4년 2∼4월 교육감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선거홍보물 제작업자와 유세차량 업자로부터 계약 대가로 각각 4000만원과 8000만원 등 총 1억2000만원을 받고 회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건설업자에게 뇌물을 받아 이 교육감의 선거빚을 대신 갚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구속 기소된 이 교육감의 측근 이모(62)씨와 인천시교육청 전 행정국장 박모(59·3급)씨 등 공범 3명도 함께 섰다.

이 교육감 등 4명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재판부는 매주 월·화요일마다 집중 심리를 진행해 1월 중순에는 선고할 계획이다.

한편 이 교육감은 이날 재판 출석과 건강검진을 이유로 15~16일 연속 휴가를 냈다. 그러나 인천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이 대학수학능력시험(17일)을 앞두고 이틀이나 자리를 비우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난이 제기되자 번복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수능을 앞두고 이틀 간 휴가를 내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부교육감도 16일 출장이 예정되어 있어 휴가 일정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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