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핵무장? 난 절대 그런 말 안 해” 트럼프, 대선 때 발언 잇따라 뒤집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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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나는 절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더 많은 국가가 핵무기를 획득해야 한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거짓말”이라며 “나는 절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도 한발 후퇴
당선인 신분으로 정책 입장 달라져
“재임 중 연봉 1달러만 받겠다” 선언

NYT는 보도에서 지난 3월 인터뷰 당시 트럼프가 “북한이 존재하는 한 일본이 능력(capability)을 갖는 것은 우리가 좋든 싫든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한 걸 인용했다. 트럼프는 핵(nuclear)이란 단어를 교묘히 피해, 이를 핵무장 능력으로 해석한 NYT를 비판한 것이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미 NBC 방송은 “트럼프는 과거 타임과 CNN·폭스뉴스 등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등 더 많은 국가가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3월 25일 NYT 인터뷰 당시 한·일의 핵무장 허용 가능성을 묻는 말에 “언젠가는 우리가 (한국·일본을 지켜주는 역할을) 더는 할 수 없는 시점이 올 것이다. 미국이 지금처럼 약해지는 길을 계속 가면 한국과 일본은 어쨌든 핵무장을 하려 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달 30일 CNN이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서도 “북한·파키스탄·중국도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이란도 10년 이내에 핵무기를 가질 것이다. 일정 시점에서 일본과 한국이 북한의 ‘미치광이’에 맞서 자신들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면 미국의 형편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선인 신분의 그의 입장은 달라졌다. 당내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주장한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 허용 ▶주한·주일 미군 철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은 오바마 지우기에서 나아가 미국의 전통적 대외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가 말을 뒤집은 건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CBS방송의 인터뷰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이민자 문제에 대해 “갱단에 가입했거나 마약 사범 등 범죄자, 과거 범죄 기록이 있는 이민자 200만~300만 명을 추방하겠다”고 말했다. NYT는 “당초 밀입국한 1100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모두 추방하겠다는 입장에선 완화된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그의 임기 중 200만 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또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일부는 담장을 건설하고 일부는 울타리를 치겠다”고 물러섰다. 그러자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이 CNN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기 위한 군대를 창설할 계획이 없다. 국경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추방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다”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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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는 이날 CBS 인터뷰에서 “재임 기간 연봉으로 1달러만 받겠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은 연간 40만 달러(약 4억6800만원)의 연봉을 받지만 트럼프는 지난해 9월 “만약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종문·이유정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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