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인 에세이집 불티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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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부 여류시인들의 에세이집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80년대초부터 서서히 일기 시작, 지난해에는 20여만부가 간행된 수필집이 등장하는가하면 금년들어서는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독점하다 시피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이한 상황은 최근 이들 수필집의 문학성여부·상업성여부의 논쟁을 야기하기도 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수필집을 내고 있는 여류로는 유안진· 이해인· 금남조· 신달자씨 등. 이중 유안진씨는 지난해 25만부를 돌파한 『우리를 염원케하는 것은』을 비롯해 10만부를 돌파한 『그리운 말한마디』, 5만부를 돌파한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등을 내놓아 현재 베스트셀러 10위(종로서적·교보문고집계) 중에 4권이 오르는 경이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한동안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각광 받았던 수녀시인 이해인씨의 수필집 『두레박』 은 지난해 4월 이후로 10만부를 돌파한 뒤 계속 팔려나가고 있으며 금남조씨의 수필집 『바람에게 주는 말』은 14만부가,『사탕의 말』은 10만부가,『만남을 위하여』는 5만부가 각각 간행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수필집만 10권을 기록하는 최고의 인기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12월에 나온 신달자씨의 수필집 『시간을 선물합니다』 역시 발간 2개월여만에 2만부를 돌파했고 한분순씨의 『한줄기 사랑으로 네 가슴에』,신동춘씨의 『고독을 꿈꾸는 들꽃을 위하여』 등도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여류수필집의 선호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근 그 부정적인 측면을 가장 신랄하게 거론한 평론가는 홍정선씨로 그는 모월간지에 발표한 『시인이 쓴 잘 팔리는 수필』이란 비평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현실감각을 상실케 하고, 근원적으로 산문정신에 위배되어 있는 글들」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홍씨는 『그 수필집들은 화려하기 짝이 없는 미문으로·씌어짐으로 해서 우리들의 삵과 동떨어진 감정의 표피만을 자극한다』며『그것이 사물에 대한 평형감각이 올바르게 잡히지 않은 사춘기·청소년에게 인기를 누리는 이유』 라고 주장했다.
반면 평론가 윤재근씨는『여류수필들이 다소 주제의식이 약하기는 하지만 삶에 대한 자유로운 느낌과 생각들이 섬세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들의 수필집들이 젊은 층에 환영받고 있는 것은 귀엣말 같은 친근한 산문으로 삶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대해 『시간을 선물합니다』를 퍼낸 시인 신달자씨는 『자신의 삶에 대한 청소년들의 문의전화를 그동안 수없이 받았다』며 『전문가들의 눈에는 현실이야기가 다소 박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청소년들이 갈등올 겪고 있는 심리적이며 추상적인 문제점들에 대한 해답이 그 속에 들어있다』고 밝혔다.
이런 여류수필집들의 선풍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독서영역의 확대▲풍부한 서정성과의 만남 등의 긍정적인 측면과▲상업성과의 결부로 시인이 시를 쓰지않는 풍토▲독서구조 및 청소년들의 정서를 나약하게 만든다는 점등의 부정적 측면으로 나누어 해석하고 있다.<양당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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