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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고 3이 쓴 ‘그네체’ 시국선언문 ‘순수예술상’ 장원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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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으로 암울한 현실을 다시 살아낼 힘을 얻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TONG 시사 순수예술상' 첫번째 주장원이 선발됐습니다. 수상작은 수능 1주일 앞둔 익명의 고3 학생이 '그네체'로 쓴 시국선언문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입니다. 차상과 차하는 아쉽게도 수상작이 없습니다. 응모작이 적어 당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TONG 시사 순수예술상에 적극적으로 응모하시길 바랍니다.

[심사평]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고선 이룰 수 없는 경지"

TONG이 야심차게 신설한 '시사 순수예술상'의 첫주 응모작은 총 10편에 채 미치지 못했다. 모바일 문상을 날로 먹으려는 TONG팀 내부 응모자도 다수 포함한 수치다.

응모작 중 '근혜담화해례본'(이다진)의 전문은 '나랏말씀이 내 담화와 달라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쎼/ 이런 젼챠로 셩냔 국민이 질문을 니르고져하여도/ ‘혼’이 업써서 못하늬/이 내 ‘순수한’마음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니라/내 이를 침통히 여거 구분니십초의 담화문을 새로 내노으나 이번에도 국민과 서로 사맛디 아니하였다/‘니러려고 대통령 되었나’ 자괴감에 홀뻬이셔라'로 짧지만 아이디어와 풍자가 빼어나 눈에 띄었다. 하지만 '주간통픽'과 '통아지상담실' 등을 담당하고 있는 인턴기자라 아쉽지만 당선권에서 제외했다.

'쥐선실세 규탄한다'와 '이러려고 출근했나 자괴감 들어' 두 편을 응모한 양리혜씨는 TONG에서 일러스트와 디자인, 편집, 급할 땐 사진 촬영과 기사 작성까지 맡고 있는 내부자로서 당선 자격이 없는 것은 물론이요 '이러려고 출근했나 자괴감 들어'는 TONG의 비선실세 통SIRI의 심기를 거스기에 충분한 작품이라 제외했다.

김도현씨의 '응모한다고 코로 설렁탕 먹는 건 아니겠죠?'는 오버워치 저격 화면과 남산타워 사진을 합성하고 '탁치면 억하고 죽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얹어 응모자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났을 현대사를 관통하는 풍자를 선보였으나 해당 사진의 저작권이 다른 블로거에게 있는 것으로 확인돼 수상하지 못했다.

그 밖에 '곰이 나타났다/ 탕'(윤원빈), '이 글을 최순실이랑 박근혜씨가 싫어합니다'(최용현) 등은 수상작으로 선정하기에 아쉬움이 있었다.

그 와중에 건져낸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익명)는 상을 신설하자마자 폐지할 위기에서 구해준 벌꿀 같은 작품이다. 순실 시국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 장르에 난해하기로 유명한 '그네체'를 적용해 한 문장씩 읽을 때마다 두번 세번 생각하게 하는 가학적 성향과 해학의 깊이가 빼어나 심사위원도 수시로 과거 기사 검색을 하며 대조해야 했음을 밝힌다. 비단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경지라 하겠다. 아직 대학 합격증도 받아들지 않은, 며칠 뒤면 수능 시험을 치러야만 하는 고3 학생이 이같은 도전과 성취를 이뤄낸 것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통SI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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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당선자 인터뷰] "10분만에 쓴 원고, 번역 1시간 걸렸다"

[그래픽=양리혜 기자]

[그래픽=양리혜 기자]

-시사 순수예술상에 응모한 계기는요.
"제가 지극히 소시민적임을 깨달은 게 계기였습니다. 후배들이 학교에 시국선언문 대자보를 붙이고, 수시에 합격한 친구들이 시위에 동참할 때 '지식인'을 자처했던 저는 하는 게 없었어요. 현장에 나가기엔 수능이라는 현실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짧은 글이라도 쓰자는 생각에 응모하게 되었습니다."

-익명으로 응모한 이유는요.
"저도 후배들의 시국선언을 뒤따르고 싶었지만 선생님들은 '너희는 고3이니까 저런 거 하지 마라'는 반응을 보이셨는데 그중 TONG을 즐겨 보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래서 익명으로 응모하게 됐습니다."

-작품 구상은 어떻게 했는지.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대필했듯이, 저희집 고양이가 시국선언문을 대필한다는 콘셉트를 잡고 싶었습니다. 저희집에선 고양이를 기르지 않지만요."

-집필에 걸린 시간은요?
"한국어로 쓰는데 10분, 그네체로 번역(?)하는데 1시간이 걸렸습니다. 전국의 모든 번역가분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졌어요."

-독자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읽어주면 좋겠는지.
"만연체라서 글이 길고 해석하기 정말 어려워도 사실 별 내용 없어요. 제 경험이 부족해서 시국선언문으로는 매우 부족한 글이죠. 그렇지만 누구든지, 어떤 방법으로든 시사 문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시사 글쓰기에 정진할 건가요. 향후 계획은요?
"구체적으로는 정하지 않았지만, 일단 수능을 본 뒤에 서울로 가서 집회에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기자로 진로를 정해둬서 시사 글쓰기는 계속 할 것 같아요. 글쓰는 연습을 엄청 해야겠네요."

[장원 수상작 전문]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

*판사님 이 시국선언문은 저희집 고양이가 우주의 기운을 받아 쓴 글입니다.*

정말로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고 그러하다는 것을 모두가 이렇다라고 말하거나 저렇다라고 다르게 말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지를 가지고 확고하게 국민들에게 관철할 수 있는가?

오늘,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질문하여 훗날 남을 그러한 트라우마나 이런 여러 가지를 그런 진상 규명이 확실하게 하고 그것에 대해서 책임이 소재가 이렇게 되어 그것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투명하게 처리가 되게 할 것이다.

헌법 제 1 조 2 항을 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부분을 확고하게 관철하고 있는데 “완전히 현 시국이 이를 무시했음을 잘 알겠다”라고 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모든 국민들의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허수아비였음이 드러나고 “내가 조언도 받으면서 내수 살리는 데 기여를 하겠고 모든 것이 지나치지 않으면서 국민들이 받아들일 때 도움이 되고 좋다 이렇게 느끼게 되지 않겠는가 이런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변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지 않다.

또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아무나 맡을 생각을 할 수가 없는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때마다 나서 가지고 거의 쓰러지기 직전에 갈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비선실세와 사이비 종교에 의존하며 정치, 경제 사항들을 적당히 처리한 것은 “국민에게 표를 달라하는 것은 그만큼 국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놓고 우리가 또 국회와 청와대에 들어가서 이렇게, 이렇게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하겠습니다”라고 했던 필리버스터 당시 본인의 발언과 언행불일치인 것이다라고 판단된다.

그렇다. 국가의 근간이 흔들렸다. 우리나라, 우리 사회가 이를 두고 순실 시국이라 칭하고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시발점이라는 그런 것과 같이 뭔가 문제가 있다, 그러면 정신을 집중해서 화살을 쏘면 바위를 뚫을 수 있듯이 다같이 주장을 관철하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이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닌 게 아니라 국민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하는 것을 시위로 표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앙언론사 보도편집국장들과의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현대사가 정의롭지 못하고 오히려 이 대한민국은 오히려 태어나지 않았으면 더 나았을, 더 잘하고 있고 정통성은 북한에 있고, 이렇게 인식이 되면서 우리 세대가 전혀 자부심이나 긍지도 느낄 수 없고, 또 통일시대에도 이거 뭐 북한 식으로 되어버리고 말 것이고, 또 아무런 자부심도 가질 수가 없는 이런 교육은 이제 올바른 역사관으로 바꾸어야 된다”라고 발언했다.

이 말대로 자기 나라 역사를 몰라 혼이 없고, 잘못 배워 혼이 비정상이 되지 않도록‘올바른 역사관’을 가지려면, 미래의 한국사 교과서는 우병우·정윤회·최태민·최순실·정유라 그리고 박근혜에 대해 서술하여 올바른 역사를 확고하고 신념이 있게 가르치고 또한 의심하는 데에 있어 그럴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도 전체 책을 다 읽으면 그런 기운이 올 것이다.

마지막 만큼은 진지하게 말하겠다.

나는 대한민국의 학생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공평한 시스템에서 공평하게 평가를 받아 개인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 나는 민주주의 국가의 일원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개 개인에게 막대한 권력을 부여하여 국정을 혼란하게 한 것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지도록 하라.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최순실 케이트에 관련된 사람들을 대통령 자신을 포함해 철저하게 조사하라.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민주주의를 희롱한 그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

[TONG 시사 순수예술상] 응모 안내

응모 주제 : ‘대통령은 넘버 쓰리’ ‘순실의 시대’ ‘나에게도 SIRI가 있었으면 좋겠다’ ‘대동단결’ ‘악마는 프라다를 벗는다’ 등 최근의 시사 이슈와 관련된 모든 주제.

응모 분야 : 직접 작성한 연설문, 시, 소설, 가사, 체조 안무 구성, 시나리오, 대본, 그림, 짤방, 뉴스 패러디, 자소서, 대자보 등으로 장르·분량·형식 제한 없음.

지원 자격 : 제한 없음.

응모 방법 : TONG 페이스북(https://www.fb.com/teenongeneration) ‘TONG 시사 순수예술상’ 이벤트 댓글이나 방문자 게시글, 혹은 e-메일 tong@joongang.co.kr

응모 마감: 수시 접수. 1주일 단위로 장원·차상·차하 선발.

상금:
장원 모바일 문화상품권 3만원
차상 모바일 문화상품권 2만원
차하 모바일 문화상품권 1만원

당선자 혜택:
TONG(http://tong.joins.com) 등에 작품 소개.
장원은 당선 소감 혹은 인터뷰 게재.
통스카 상패에 당선자 얼굴 합성한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이미지 제공. (거부 가능)

심사 기준:
시사 이해 정도, 풍자와 해학 지수, 예술성, 작품 완성도, 네티즌 반응, ‘그네체’ 싱크로율(연설문 부문에 한함) 등을 고려해 TONG 편집국의 비선실세 인공지능 통SIRI가 판단.

주의 사항:
‘순수하게’ 스스로 창작한 작품이어야 함. 표절이나 대리인을 통한 응모가 확인된 경우 당선이 취소되며, 기지급 받은 상품도 반환해야 함.
응모작은 TONG페이스북 페이지에 소개될 수 있음.

정리=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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