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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주인님 기분에 맞는 노래 골라주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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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갑의 현금이 떨어진 것을 확인한 A씨. 자신의 거래 은행 챗봇에게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아줘”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위치 파악을 위해 지금 보낸 링크를 눌러주세요”라는 답신이 바로 날아왔다. 링크를 클릭하자 몇 초 후 챗봇은 A씨 가까이 있는 ATM 4곳의 위치를 알려줬다.

미국 최대 콘퍼런스 가보니
가전제품 제어는 음성으로 가능
메신저로 사람과 대화하는 챗봇
인공지능 비서 상용화 탄력 받아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업 ‘코레’가 이미 제공하고 있는 챗봇 서비스의 일부다. 코레의 앨리사 맥키비 이사는 “간단한 금융업무 뿐만 아니라 각종 상담·쇼핑·예약 등을 메신저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7~9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최대의 인공지능(AI) 비즈니스 콘퍼런스인 ‘AI월드’는 AI 서비스가 우리 삶 주변으로 성큼 다가온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이 콘퍼런스에는 60여 개 AI 기업과 1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가해 최신 AI 트렌드와 서비스를 소개했다.

상용화에 탄력을 받은 분야는 인간처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챗봇이다. 선물 배달을 요청하거나, 날씨 정보를 얻는 것은 기본. 이젠 정보를 대신 검색·추천해주고, 쇼핑·주문·금융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챗봇이 주목받는 것은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일일이 응대하는 것보다 값싼 비용에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복잡한 프로그램을 깔거나 사이트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 없이 메신저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편리하다. ‘인벤타’의 젠 화이트 이사는 “포털 대신 챗봇을 통해 정보를 얻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앤키는 주인을 알아보고 교감하는 AI 장난감 로봇 ‘코즈모’를 내놓았다. 모니터를 통해 표정을 짓거나 내장 스피커를 통해 소리는 내는 식으로 상황에 맞춰 감정을 표현한다. [사진 앤키]

앤키는 주인을 알아보고 교감하는 AI 장난감 로봇 ‘코즈모’를 내놓았다. 모니터를 통해 표정을 짓거나 내장 스피커를 통해 소리는 내는 식으로 상황에 맞춰 감정을 표현한다. [사진 앤키]

음성인식 기능도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는 정도가 아니라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예컨대 사용자가 “음악을 들려줘”라고 말하면 AI는 위치·시간 등을 파악해 사용자가 운동을 하고 있는지, 잠자리에 들었는지를 알아내 적절한 음악을 재생해준다.

이런 음성 인식은 ‘AI 비서 시대’의 첫단추다. 세탁기·냉장고·TV 같은 가전에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하면 실생활의 상당 부분을 말로 제어할 수 있다. 코발트의 헨리 오코넬 부사장은 “기계가 대화패턴, 목소리 높낮이, 비속어까지 배우면서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보안산업도 AI를 눈여겨 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의 보안 취약점과 악성코드는 방대하고 복잡하다. AI가 이를 학습하면 해커들의 공격 패턴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다. 보안 분야의 인력난을 해결하고, 몇몇 전문가들의 경험에 의존하던 취약점 분석도 수월해진다.

AI는 앞으로 산업·생활 현장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예측 배송 시스템을 개발했다.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주문할지 미리 예측하고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배송을 준비해놓는 식이다. 소비자들은 보다 빨리 제품을 받아보고, 회사는 재고 비율을 줄일 수 있어 ‘윈윈’이다. 구글은 최근 AI가 데이터 센터의 온도·기후·전력사용량 등을 분석한 결과를 활용해 냉각 시스템과 팬·창문 등을 바꾸는 방식으로 냉각 비용을 40% 절감했다.

‘오르비탈 인사이트’는 인공위성으로 주요 산유국 원유 저장탱크 2만여개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후 국제 원유 가격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세계 식량수급, 공해·오염원인 분석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너바나의 줄리 최 마케팅헤드는 “앞으로는 의료·법률·여행 등에서 고객의 요구에 맞춰 AI를 제공하는 ‘온디맨드 AI’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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