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유물선 있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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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검찰은 신안해저유물 도굴사범 수사를 통해 전례없이 일본으로 유출된 문화재 1백6점을 다시 국내로 회수했다.
이에 못지 않게 실황답사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제2의 유물선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문화재가 공항을 통해 버젓이 해외로 밀반출 된 것으로 밝혀져 문화재 관리의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2유물선이 해저에 있을 가능성과 문화재관리의 문제점을 알아본다.
◇제2유물선=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압수한 해저유물의 도굴지점을 확인키 위해 신안앞 바다에 대한 실황답사를 실시한 것은 지난해12월.
서울지검 특수3부 김준호 검사지휘로 잠수부들을 동원,12월8일부터 5일동안 실시된 이답사에서 문화재 관리국이 이미 발굴조사를 끝낸 전남 신안군 지도읍 방축리 일대에 아직도 송·원대유물이 다량 매장돼 있음을 확인했다.
실황 답사팀은 뜻밖에도 현지주민들로부터『이곳에서 8km쯤 떨어진 곳에서도 보물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뱃머리를 돌려 방축리에서 북쪽으로 8km쯤 떨어진 영광군대 각 시도와 소각시도 일대에 도착했던 것.
6가구가 살고 있는 대각씨도와 2가구가 살고 있는 소각시도 주민들은 대부분 이제는 어로활동을 할 수 없는50∼60대였지만 이들로부터2O∼30년 전 나무에 못이 박힌 뱃 조각과 자기류 등이 종종 그물에 걸러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
답사팀은 이들 주민이 건져낸 유물을 찾기 위해 집집마다 방문했으나 모두가 오래전에 이곳을 찾은 육지사람들에게 팔거나 줘버린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어느 한집에서 개밥그릇으로 쓰고 있는 그릇이 해저유물과 비슷해 이를 5천원에 구입, 전문기관에 감정한 결과 송·원시대의 자기로 밝혀졌다는것.
검찰은 문제의 해역이 문화재관리국이 발견한 기존 유물선이 있는 지점으로부터 북쪽으로 8km나 떨어져있어 이곳 유물이 해류를 거슬러 올라갔다고 볼수 없는데다, 과거 이 일대 역시 한중간의 뱃길이었다는 점을 들어 또 다른 유물선이 이 지역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점=검찰에 적발된 이번 도굴사범들은 문화재관리국이 발굴조사를 끝내고 해저유물 인양을 완료했다고 판정을 내린 뒤 도굴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관리국은 76년부터 84년까지 10차례의 발굴소사를 마치고 84년10월에는 현장감시선과 감시초소까지 철수해 버렸던것.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방축리 일대에 여전히 송·원대 유물이 매장돼 있음이 확인된 만큼 문화재당국이 정밀발굴을 또다시 실시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중요 문화재가 공항을 통해 버젓이 해외로 밀반출 되고 있는 것에 미루어 문·화재관리에 많은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행법상 문화재로 오인될수 있는 물건에 대해서는 관계당국의 비문화재 확인증을 발급받아야 국외로 반출될수 있음에도 이번 사건관련자들은 4백여점이나 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밀반출 했던것.
구속된 일본인 「아키무라」씨는 지난해 3월과 4월 김포공항을 통해 1백6점을 일본으로 밀반출했으나 아무런 단속의 손길도 미치지 못했었다.
「아키무라」씨는 경기도 이천에서 사들인 도자기라고 속여 이들 유물을 가방에 넣고 버젓이 공항을 빠져 나갔다는것.<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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