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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통DIY] 우주의 기운을 모아 모아~ 오방낭 만들기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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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최씨의 태블릿 PC에서 ‘오방낭’ 사진 파일이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당시 ‘희망 복주머니’ 행사를 위해 쓰인 자료로 보이며, 최씨가 취임식 당일 각종 행사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후 오방낭은 코미디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에 현 시국을 풍자하는 요소로 등장하며 전 국민의 조롱거리가 됐다.

TONG은 한국 전통 복주머니인 오방낭(오방낭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오방낭을 수호하는 ‘오방낭의 요정’을 통해 그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기로 했다. 글의 형식은 트위터 등 SNS에서 화제가 된 ooo작가의 ‘요리요정의 복수(https://twitter.com/3__ooos/status/761392817553887232)’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판사님 이 글은 통아지가 썼습니다.

"안녕, 난 오방낭의 요정! "

"우주의 기운을 가져다주러 오셨군요! "

"오방낭의 요정은 대통령 취임식 때 사용된 거대 오방낭의 복수를 하러 왔어!"

지난 밤 통이 꿈에 오방낭의 요정이 찾아왔어요. '우주의 기운'을 갖고 온 줄 알았는데 웬걸, 오방낭의 요정은 3년 전의 일로 복수를 하러 왔다는 거예요. 자초지종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3년 2월 25일, 오방낭의 요정은 광화문으로 소환됐어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열린 ‘희망 복주머니’ 행사를 빛내기 위해서였지요.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방낭의 위용을 떨치려 했어요. 하지만 곧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었답니다. 엉터리로 만들어진 거대 오방낭이 등장한 거예요!

[사진=

[사진='JTBC 뉴스룸' 캡처, JTBC]

오방낭은 이름 그대로 한국 전통 오방색으로 만들어진 주머니를 뜻해요. 우리나라 전통 주머니 중 하나로 왕실이나 양반가에서 주로 사용했죠. 우주의 중심을 뜻하는 황색과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청(동)·백(서)·적(남)·흑(북) 다섯 가지 색을 이어붙여 만들어요. 오방(五方)에서 재수가 들어오길 바라며, 사악한 기운을 쫓고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죠.

그런데 박 대통령 취임식 날 쓰인 대형 오방낭은 그 모양이 엉터리였던 거예요. 원래는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백·흑·청·적의 순서로 색깔이 배치되어야 하는데, 대형 오방낭은 백·청·적·흑의 순서로 돼 있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본래 중심은 사각형이나 원형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모양이 ‘팔각형’이었어요.

엉터리 주머니를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갖다 놓고 오방낭이라고 하고 있으니 요정은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어요. 대체 어디서 이런 근본 없는 디자인이 나왔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어디서도 그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답니다. 왜냐면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부터 윤창중 전 대변인의 부실한 브리핑 등으로 인해 비판을 받을 정도로 소통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불통(不通)이라는 원성이 커지자 청와대는 취임식이 끝나고 사흘이 지난 2월 28일에서야 부랴부랴 취임행사 콘셉트 등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했어요.(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576088.html)당시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광화문 행사 때 오방색 복주머니를 만들어 나무에 걸고 국민의 소리를 읽었는데, 복주머니는 100%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 취임식 준비위원회에서는 절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다. 또, 처음부터 대통령이 한복을 입겠다고 얘기했다”고 강조했어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행사장엔 오방낭(복주머니)이 걸린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행사장엔 오방낭(복주머니)이 걸린 '희망이 열리는 나무'가 설치됐다. [사진=뉴시스]

전통을 알리겠다는 대통령의 취지는 좋았지만 취임식 준비위원회와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없어서였을까요. '희망 복주머니' 행사를 기획한 김영석 한복디자이너(전통한복김영석 대표·전 미르재단 이사)는 365개의 복주머니를 만드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취임식 한복도 맡아 제작하게 되었다고 해요.(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022674481) 요정은 김 대표가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을 맡는 바람에 거대 오방낭의 오류를 알아채지 못한 거라고 이해해보려 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답니다.

거대 오방낭 안에 있던 작은 오방낭들은 모두 제대로 만들어졌던 거죠. 그렇다면 가장 크고 아름다워야 할 대형 오방낭은 왜 엉터리로 만들게 된 걸까요? 요정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곳곳을 헤맸지만 알아낼 수 없었어요. 그렇게 호박고구마 백 개 먹은 듯한 답답함이 계속되던 어느 날, 요정은 드디어 3년여 만에 사이다를 마실 수 있었답니다. 지난 달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쓰던 태블릿 PC에서 대통령의 연설문·국가 기밀 서류와 함께 취임식에서 보았던 근본 없는 엉터리 오방낭과 똑같이 생긴 오방낭 사진 파일이 발견된 거예요!(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341639&pDate=20161025)

[사진=

[사진='JTBC 뉴스룸' 캡처, JTBC]

요정은 그제야 ‘혼이 비정상’인 오방낭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있었어요. 심지어 최 씨는 취임식이 열리기 한 달 전인 1월 30일, 오방낭의 초안으로 보이는 사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답니다. 행사 당시 대형 오방낭 안의 작은 복주머니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귀주머니 사진도 받았다고 해요. 스마트 폰으로 찍은 사진이었는데요, 촬영한 지 한 시간 뒤에 바로 최 씨가 열람한 것으로 확인됐어요. 물론 이건 최 씨가 취임식 당일 대통령의 각종 행사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일 뿐이에요. 하지만 지난 3년 내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엉터리 오방낭의 원인이 검증받지 않은 비선실세에 의한 것이었다니요. 오방낭의 요정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어요.

복과 재수를 가져 오는 귀한 전통 주머니였던 오방낭은 이제 그 이름만 꺼내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는 처지가 되었는걸요. 지난 3년의 억울함을 토로하며 엉엉 우는 요정을 보니 통이는 마음이 아팠어요. 요정의 한을 달래기 위해 통이는 제대로 된 오방낭을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답니다.

정통 오방낭 DIY

전통공예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만들어 봤는데요. 직접 만든다면 오방낭의 요정이 전해준 세 가지 원칙을 꼭 명심하세요.

첫째, 오방(五方)을 상징하는 청·백·적·흑·황을 제대로 배치해야 해요. 그래야 오방에서 재수와 운을 불러올 수 있어요.

둘째, 중심의 모서리와 각 방위가 만나는 이음새를 비롯해 주머니의 주름 등 엇나간 곳이 있어선 안 돼요. 허투루 만들면 액운을 불러올 수도 있대요.

셋째, 재수와 평안을 기원하되 그것은 오롯이 ‘순수한 마음’이어야 해요. 타인의 재산을 탐하는 등 욕심을 부린다면 역살을 맞을 수도 있어요. 제대로 만들 자신이 없다면 손에 든 바늘과 실은 사뿐히 내려놓길 바라요. 초보자는 5시간 정도는 각오해야 해요. 그럼 통이와 함께 만들어볼까요?

준비물

삼봉술 국화 매듭 2개

가락지 매듭 2개

안감용 노방주 2장(가로 17cm*세로 15cm)

흑·백색 겉감용 옥명주 각 2장(가로 9.5cm*세로 8cm)

청·적색 겉감용 옥명주 각 2장(가로 9.5cm*세로 7cm)

황색 겉감용 옥명주 2장(가로 6cm*세로 6cm)

만드는 방법

1. 겉감용 천 사방에 시접 1cm를 잡아주세요.

2. 오방에 맞춰 천을 배치한 후 시침질을 하고 감침질로 각 천을 이어주세요.

3. 노란색 천을 겉감의 가운데에 배치한 후 시침질을 하고, 노란 천의 모서리가 오방의 이음새와 딱 맞게 감침질을 해요.

4. 겉감의 겉과 안감의 겉을 맞댄 후 시접 1cm를 남기고 완성선을 표시하세요.

5. 시침핀이나 시침질로 겉감과 안감을 고정해주세요.

6. 완성선을 따라 고운 홈질을 해주세요.

7. 바느질한 겉감과 안감의 시접을 정리하고 가름솔하여 다려주세요.

8. 반복해서 연결된 2장을 만들어주세요.

9. 노란 천 뒤의 가운데 부분을 시접 0.7cm 정도 남겨두고 솎아주세요.

10. 겉감(겉)은 겉감끼리, 안감(겉)은 안감끼리 가름솔을 중심으로 맞추어 놓고 시침핀을 꽂거나 시침질을 해주세요. 이때 겉감은 흑-백, 적-청이 마주보게 해야 뒤집었을 때 어느 방향에서 봐도 오방의 방향이 맞아요.

11. 겉감이 위로 1cm 정도 올라오게 접어 4겹을 만드세요. 주머니 입구에 오방낭 본을 대고 완성선을 그려주세요.

12. 시침핀이나 시침질로 4겹을 고정하고 창구멍을 5cm 정도 남기고 고운 홈질을 해주세요. 창구멍은 한쪽 세로(직선 부분)에 두고 안감 1겹을 제외한 3겹을 고운 홈질 해주세요.

13. 완성선을 따라 직선 부분은 1cm, 곡선 부분은 0.5cm를 정도 남기고 잘라주세요.

14. 시접을 한쪽으로 꺾고 다려주세요. 그래야 뒤집었을 때 모양이 예쁘게 잡혀요!

15. 창구멍을 통해 뒤집어 주세요. 뒤집을 때는 맨 끝부분부터 당겨서 뒤집으면 수월해요. 다 뒤집으면 창구멍을 공그르기로 막아주세요.

16. 오방낭 입구를 5등분해 표시한 후 주름을 잡아주세요. 이때 주름의 각이 잘 맞아야 액운이 들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요!

17. 주름을 잡기 위해 집게로 고정해주세요.

18. 시접이 겹쳐 두꺼워진 부분 아래쪽 얇은 부분에 양쪽으로 주름 뚫을 위치를 잡고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주세요. 답비를 이용해 매듭을 넣어요.

19. 국화 매듭에 가락지매듭을 넣고 도래 매듭으로 묶어줘요. 도래매듭을 매주면 좋지만 그냥 매듭을 지어도 상관없어요.

20. 오방낭은 함부로 만들면 동티나요. 뭘 알고 만들어야….

글=김재영 프리랜서 기자 tong@joongang.co.kr
영상=전민선 프리랜서 기자
도움말=쌈지사랑규방공예연구소(ssamzisarang.com) 하재구 소장·임성은 작가
그래픽=양리혜 기자 yang.ri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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