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무기사용 매뉴얼’ 공개…공격 위험 높으면 '선조치 후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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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본부장 홍익태)는 8일 기존의 ‘총기 사용 가이드라인’을 보다 구체적인 ‘무기사용 매뉴얼’로 개편ㆍ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11일 정부합동 브리핑을 통해 밝힌 불법조업 단속강화 대책의 후속조치다. 지난달 정부는 불법조업 중국어선이 단속 중인 해경 고속단정의 선체 충돌ㆍ침몰시킨 사건 이후 필요 시 함포ㆍ기관총 등의 공용화기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불법조업 단속강화 후속조치…기존‘가이드라인’ 보다 구체적
경찰관 공격할 때 → 공격 위험 높거나 선체 충돌하면 사용 가능
경고방송→경고사격→사격 3단계, 경찰관ㆍ지휘관이‘선조치 후보고’

이날 공개한 해경의 ‘무기사용 매뉴얼’에 따르면 해경은 앞으로 불법조업 단속 과정에서 체포를 피하기 위하여 흉기 등 위험한 물건으로 공무집행에 저항하는 경우, 국제법과 관련 국내법에 따라 각종 진압장비, 개인화기와 공용화기 등 모든 수단을 적극 사용하여 해당 선박을 나포한다.

기존 ‘가이드라인’과 달리 새 매뉴얼은 공무집행에 대한 저항을 제지하기 위한 경고 수단으로 각종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특히 불법조업 어선이나 선원이 단속 경찰관을 공격한 때로 총기 사용을 한정했던 종전과 달리, ▶단속 경찰관에 위해를 가하려 할 때 ▶선체나 무기ㆍ흉기 등 위험한 물건으로 공격하려고 할 때로 무기 사용요건을 완화했다.

함포ㆍ기관총 등 공용화기는 ▶해경 대원과 함정을 공격하거나 공격 위험이 높을 때 ▶선체를 이용해 고의로 충돌할 때 ▶이에 준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현장지휘관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권총ㆍ소총 등 개인화기는 경찰관 개인, 함포ㆍ벌컨포ㆍ기관총 등 공용화기는 현장 지휘관이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무기 사격은 일단 상황에 대처한 뒤 보고하는 ‘선조치 후보고’를 원칙으로 했다. 경고방송→경고사격→사격의 3단계로 진행하며, 사격 시엔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신체ㆍ선체 부위를 조준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신속한 법집행을 위해서 선(先)조치 후(後)보고 원칙을 규정하고, 정당한 무기 사용에 대한 면책 조항을 뒀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안전처는 해양경비법을 개정해 무기 사용요건을 확대하고 경찰관 면책 조항을 명문화할 계획이다.

이번 메뉴얼에는 부상자 발생 대비 응급지원을 준비, 정당한 법집행에 순응할 경우 인권존중 및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합법적 권리 존중 및 합리적 대우 보장한다는 내용도 반영됐다.

해경은 단속 경찰관들이 관련 법규와 매뉴얼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은 물론 해상사격훈련과 해양경비안전교육원 모의훈련 등을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국민안전처 이춘재 해경조정관은 “앞으로 관련 법령 개정 등을 통해 공용화기 사용에 관한 법적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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