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틴틴 경제] 중국 ‘선강퉁(深港通)’이 뭔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Q. 중국펀드에 가입할 지 고민이라는 부모님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중국이 선강퉁을 시행하면 중국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강퉁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2014년엔 후강퉁을 도입했다는데 왜 ‘후’가 ‘선’보다 먼저인가요?

선전 증권시장, 홍콩처럼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하는 거죠

A. 언뜻 그렇게 오해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 둘은 흔히 생각하는 선후(先後) 관계가 아닙니다. 선강퉁과 후강퉁에서 선은 선전을, 후는 상하이를 의미합니다. 강(港)은 홍콩이죠. 쉽게 말해 선강퉁은 선전과 홍콩 양쪽을 통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별도의 요건 없이 선전과 홍콩 주식시장의 교차투자를 허용하는 것인데 중국 정부의 자본시장 개방 조치 중 하나입니다.

선강퉁은 세부적으로 외국인이 선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선구퉁(深股通)과 중국인이 홍콩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강구퉁(港股通)으로 나뉩니다. 이에 앞서 2014년 11월 시행된 후강퉁은 마찬가지로 상하이와 홍콩 주식시장의 교차투자 허용을 뜻합니다.

올해 8월 16일 중국 정부는 선강퉁 시행을 확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후강퉁 시행 2년 만에 선전 시장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하게 됐습니다. 정확한 날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리커창 중국 총리가 ‘연내 시행’을 언급한 만큼 대략 11월 말, 늦어도 12월 중으로는 시행될 전망입니다.

2014년 상하이 증시 ‘후강퉁’ 이어
중국 자본시장 개방 두번째 조치
텐센트·화웨이 등 IT 기업들 많아
선전 ‘아시아 실리콘밸리’로 불려
선전 증시 시총 지금도 3700조원
선강퉁 땐 한국서 돈 빠져나갈 수도

선강퉁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선전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광둥성의 최대 산업도시인 선전의 별명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입니다. 36년 전 중국의 첫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 작은 항구도시는 지금 중국의 미래가 꿈틀대는 최대의 혁신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선전에 본사를 둔 기업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죠. 알리바바에 이어 아시아에서 시가총액 규모가 두 번째로 큰 텐센트, 세계 최대의 상업용 드론(무인항공기) 제조사 DJI, ‘중국의 늑대’라 불리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전기차 세계 1위인 BYD 등이 모두 선전에 있습니다.

정보기술(IT) 대기업은 물론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15년 선전 내 기업(자영업 포함) 수는 인구 100명당 7.4개로 중국 내 최고입니다. 이를 환산하면 선전 인구 1500만 명 중 창업 인구가 110만 명이나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없는 부품이 없다’는 세계 최대 전자상가 화창베이와 기업의 주문을 소화해내는 여러 제조업체, 돈 되는 비즈니스를 키워주는 창업 환경 덕분에 지금도 ‘차이나 드림’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이 도시로 몰려들고 있죠.

선전 주식시장의 성격도 이런 도시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후강퉁 대상이던 상하이 주식시장은 은행 등 금융회사와 에너지 업종 비중이 큽니다. 반면 선전 시장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소재, 제약 업종의 비중이 높죠. 미국 나스닥, 한국 코스닥과 비슷합니다. 이는 바이오·전기차 등 7개 신산업을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선강퉁으로 한국을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가 이런 중국 신산업에 투자할 기회가 열리는 것이니 의미가 꽤 큽니다.

약 25년 전까지 중국 주식시장은 완전히 폐쇄적인 시장이었습니다. 외국인이 투자할 방법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1992년 중국 정부는 B주 시장을 개설합니다.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A와 B로 나누고 B주는 오로지 외국인들만 살 수 있도록 한 거죠. 일부 성장기업에 한정해 외국인 자금을 유치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2001년 내국인도 B주를 살 수 있게 되고,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기업도 늘면서 최근엔 이 둘을 구분하는 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어쨌든 후강퉁과 선강퉁은 외국인의 A주 투자를 더 받겠다는 뜻이니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인 개방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장기적으로 계획하는 더 큰 꿈은 중국 통화(위안화)의 국제화입니다. 중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높아졌습니다. 무역규모나 국내총생산(GDP), 투자 등으로 따지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결제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글로벌 결제통화 비중은 달러가 40%, 유로화가 30%에 달하지만 위안화는 1.72%(2016년 6월 말 기준)에 머뭅니다. 중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지려면 결국 많은 사람이 써야 합니다. 후강퉁과 선강퉁은 실물 경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위안화를 활발히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조치인 거죠.

또한 중국 정부의 숙원 중 하나인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 편입을 노리는 측면도 있습니다. 미국 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MSCI 지수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가 가장 널리 참고하는 지수입니다. 여기에 편입되는 건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의 제도나 운영 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는 의미입니다. 기관투자자가 이 MSCI 지수를 바탕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국 증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도 상당합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중국 A주가 접근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직 편입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선강퉁이 시행되면 중국 A주의 MSCI 신흥시장지수에 편입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달리 말하면 선강퉁 시행이 한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도 있습니다. 선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22조 위안(3700조원)으로 한국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약 2.2배입니다. 2014년 후강퉁 시행 이후처럼 선강퉁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한국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선강퉁으로 중국 A주가 MSCI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되면 한국은 자금 이탈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어쨌든 선강퉁 시행이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자극할 대형 이벤트인 것은 확실합니다. 이에 따라 중국 증시가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를 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습니다. 후강퉁의 학습효과죠. 후강퉁 시행 직전까지 중국 주가지수는 한동안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11월 시행 이후 2015년 6월 최고점을 찍을 때까지 상해지수와 홍콩 H지수는 각각 109%, 40% 급등했습니다. 물론 개인이 직접 중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긴 어렵습니다. 언어도 문제고, 구체적으로 투자 종목을 선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간접적으로 펀드를 이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인데 선강퉁 시행 발표 이후 국내에도 이를 취급하는 펀드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관심도 큰 모양입니다. 9월 이후 해외주식형펀드의 인기가 시들한데 중국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는 최근 3개월(11월 3일 기준) 설정액이 463억원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유럽·일본·브라질 등은 설정액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 건 아닙니다. 일단 선전 시장이 ‘이미 너무 고평가 됐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선전 A주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7.3배로 선진국 평균(16.3배)이나 한국(10.2배)·대만(13.6배)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습니다. 구체적인 실적에 비해 이미 높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가 변동폭 또한 큽니다. 중국 본토시장은 후강퉁과 시행될 선강퉁까지 모두 감안해도 외국인 비중이 4%에 못 미칩니다. 70% 이상이 개인투자자입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휘둘리거나 일부 테마주에 연동해 급등락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의미죠.

구조적으로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더디다는 점도 불안 요소입니다.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6.7%로 예상보다는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위안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는데도 수출이 늘지 않는 상황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연초보다 약 6% 가량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수출은 4월 이후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고 있죠. 임금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화폐 가치 하락의 효과를 못 보고 있는 겁니다.

틴틴 여러분, ‘선강퉁’ 이제 좀 이해가 됐나요? 늘 그렇듯 금융시장에 ‘100% 확실하다’는 건 없습니다. 원인과 추이를 꾸준히 살피면서 함께 공부하자고요!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