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연극제 "창작극위주 탈피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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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한민국연극제가 87년부터 주최권 전체가 한국연극협회로 이관됨에 따라 연극인들은 이 연극제의 운영개선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한국연극』 1월호).
우선 지금까지 신작 창작희곡에만 국한해 오던 것을 탈피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박조열씨(극작가)는 『지금까지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연극제의 수요를 채워준 신작은 해마다 3∼4편에 불과했다』면서 『연극제의 기본골격인 신작8편을 채우려다 보니 수준미달 작품이 참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연극제에 번역극을 1∼2편 정도 포함시켜도 좋을 것이라고 말하고 그럴 경우 공연에 대한 지원은 신작 희곡에 대한 지원보다 적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김석만씨(연출가)는 공연양식의 다변화를 주장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문예회관 대극장으로만 공연공간을 제한하여 연극의 특성에 따라 표현을 다양하게 하는데 제약을 받아왔다』고 들고 『문예회관 대극장과 소극장, 기타 서울의 사설공연장을 넓게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또 지금까지 공연장이 제한됨으로써 연극제 기간이 두달 가까이 되어축제 분위기를 지속시키지못했는데, 공연장이 다양화되면 한달 이내에 공연을 마칠수 있어 축제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극제 기간을 국제적인 연극 체험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해 86아시안게임 축제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연극제에서 일본극단 스코트의 『트로이의 여인』이 보여준 연극체험 같은 것을 연극제에서 얻을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진수씨(연출가)는 『연극제가 경연의 색채가 짙어 연극의 순수성과 예술성이 저해당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경연과 축제의 형태를 절충하여 범연극인의 잔치로 승화시켜야 하며 그를 위해 우수한 대학극과 국립극단·해외 우수극단을 초청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는 의견을 냈다.
박조열씨는 또 현재의 선지원방식을 일부 또는 전면적으로 후지원방식으로 바꾸어보자고 제안했다. 이는일부 극단이 지원금을 타기 위해 수준 이하의 희곡으로 참가신청을 하는 폐단을 없애자는 생각에서 나왔다.
권오일씨(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는 대한민국연극제의 명칭을 「서울연극제」로 바꾸자는 의견을 냈다.
순수예술행사에 국호를 붙이는 것이 어색하고 관제 행사의 인상이 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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