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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 된서리에 뭉칫돈 증시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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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수 사상 최고 기록>
금융기관이 고려개발의 사채어음을 지불동결하는 조치를 취하자 그 여파로 증권시장에 핫 머니가 대거 몰려 활황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13일 증시에서는 초장부터 매수일변도로 주문이 쇄도, 종합주가지수가 전날에 이어 다시 4.18포인트 올라 지난해 12월2일의 2백79.67을 뛰어넘어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거래대금도 무려 5백88억원으로 몇달사이 처음보는 거액이있다. 이때문에 물건(주식)이 없어 못사는 심각한 매물부족 현상까지 빚었다.
보험·전자·섬유·식료등에서 1백14개 상한가종목이 무더기로 쏟아지는등 거의 전업종이 오름세를 탔는데 물질특허도입 충격으로 그동안 외면되어 왔던 의약주까지 매수가 불붙었다.
반면 정우개발 사건이후 거의 연일 폭락하고 있는 건설주만은 이날도 빛을 못봤다.
증권관계자들은 금리인하 임박설에 최근당국의 사채자금조사발표가 증시의 기폭제로 작용한 것 같다며 연초부터 이러한 활황장세는 기대한 것 이상이라는 반응이다.

<고객 예탁금 천8백억>
부동산과 함께 증권시장의 「천적」으로 얘기되는 사채가 잇단 부실건설회사 자금위기로 서리를 맞으면서 증시자금은 연초부터 물꼬가 트이는 기세다.
실제로 지난연말 1천1백14억원까지 빠졌던 고객예탁굼이 정우개발쇼크가 겹친 5일 개장부터 하루 1백억, 2백억원씩 크게 늘어 4일만인 8일 현재 1천8백77억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국세청의 사채자금추적설이 나돌기 시작한 7일께부터는 사채와 증시자금의 천적관계를 반증이라도 하듯 하루 3백억원 가량의 뭉칫돈이 증시로 집중 몰리고있는 정도.
이에따라 하루 거래대금도 커야 3백억∼4백억원대에서 12일 4백10억원, 13일 5백88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사채자금 유입설 자체가 큰 호재로 증시를 설레게 하고 있는 셈.

<상호금고·증권사 몰려>
몇몇 증권사와 상호 신용금고도 이번 정우·고려 파동에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는것.
물려들어간 정확한 금액규모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D자 돌림의 3개 증권사가 정우개발의 CP를 할인했다가 일반에 매출하지 못하고 갖고 있던 물량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는가 하면 상호신용금고도 상당수가 물려들어갔다는 업계의 이야기.
상호신용금고는 특히 규모도 비교적 영세하고 서민예금주들이 많아 「만일의 사태」가 날 경우 사회적인 충격이 커지게 된다.

<금융 쇼크 땐 자금 지원>
정우개발의 법정 관리 이후 단자·사채 시장의 급격한 위축에 대해 정 부당국은 기본적으로 금융정상화로 가는 과정의 일시적인 혼란과 마찰로 보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부실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단자빚까지 떠안아주던 때는 지났다』고 강조하고 정우개발 처리때 보여준 것처럼 단자사들의 무조건적인 한계기업에의 대출은 계속 시정해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사채 자금은 기본성격이 고수익을 찾아다니는 핫머니로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이를 빌어쓰는 기업측에서도 암적인 요소라고 보는 시각이다.
재무부는 현재 단자·사채시장의 위축으로 자금이 증시쪽에 몰리는 현상은 크게 우려할 일이 못된다고 아직 느긋한 태도.
정부는 단자사의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에 미칠 금융쇼크를 우려, 필요하다면 자금지원도 해서 단자업계의 어려움을 풀어준다는 계획이다.

<연쇄 부도 사태 방지>
금융 당국은 정우·고려개발 쇼크로 자금이 증시에 몰리고 문제기업들은 어음할인을 못해 고전하는 문제를 계속 강경일변도의 대책으로 해결할 방침.
당국의 관계자는『고려개발의 사채 동결은 어떤일이 있어도 사채업자·단자회사의 어음을 떠안지 않겠다는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라며 계속 강력히 대응, 단자등 제2금융권과 사채업자의 횡포를 뿌리 뽑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제업체별로 주거래 은행을 통해 단자등 제2금융권과 사채업자들로부터 돌아올 어음을 일일이 체크, 기한을 연장토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문제기업들이 어음할인을 못해 일시적으로 필요한 신규자금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처토록 함으로써 연쇄부도 사태를 막는 방법을 쓰고 있다. 즉 신규자금에 대해서는 은행이 지원해서라도 더이상의 정우·고려개발사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것.

<사채 시장 개점 휴업>
자금 출처 조사 및 지급동결 발표가 있은 뒤 명동일대 사채시장은 개점 휴업 상태.
빌딩 곳곳에 문열고 있는 사채 사무실에는 아예 문조차 열지 않은 곳이 있는가 하면 일찍부터 사무실은 비우고 증권사 지점 객장을 지키고 (?) 있는 사채 브로커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고 주변 관계자는 부언.
융통 어음 거래는 아예 끊긴 상태고 기업이 물품 대금으로 받은 진성 어음조차 전주조사 얘기에 할인을 꺼리는 형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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