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00만 지키자] 해남 5억, 울산 14억…출산율 높은 지역 인센티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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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군은 2012년 이후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출산한 자녀 수)이 전국 1위(2.464명)다. 2008년부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전담팀을 만들고 각종 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다. 첫아이를 낳은 가정에 300만원의 양육보조금을 지급한다. 둘째는 350만원, 셋째는 600만원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미역·쇠고기·옷·목욕용품이 든 ‘산모·아기사랑 택배’를 보낸다. 미혼 남녀의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1박2일의 ‘솔로 탈출’ 캠프를 열고, 임신부의 고충을 덜기 위해 지역에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를 설치했다.

교부세에 출산장려 항목 신설
138개 지자체 356억원 나눠줘

이처럼 저출산 해결을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의 노력과 투자가 필수다. 3일 행정자치부는 내년부터 지자체에 배분하는 보통교부세에 해당 지역 출산율을 반영키로 했다. 해남군처럼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곳엔 예산에서 ‘인센티브’를 준다는 뜻이다.

이날 행자부가 공개한 2017년도 보통교부세 규모는 총 37조5000억원. 이 정도 규모면 지역 재원의 약 18%를 차지한다. 지자체는 이 재원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쓸 수 있다. 용도가 정해진 국고보조금과 다르다.

행자부는 내년도 교부세에서 ‘출산 장려’라는 항목을 신설해 총 356억원을 전국 평균 합계출산율(1.24명)보다 높은 지자체 138곳에 배분한다. 합계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1.682명)보다 높은 지자체 26곳, OECD 평균보다 낮지만 전국 평균보다 높은 112곳에 차등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해남군은 5억원, 울산은 14억원, 경기도는 23억원의 교부세 수입이 늘어난다. 김성렬 행자부 차관은 “출산율을 높이려면 관련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국회 저출산 특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행자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지자체를 발굴하는 공모 사업에도 착수했다. 3개 이상의 ‘선도 지자체’를 뽑아 특별교부세 총 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초고압 송·변전 시설, 공용 장례·화장(火葬) 시설을 유치한 지자체에 대한 교부세도 늘어난다. 이에 따라 송·변전 시설이 있는 충남 당진시(4억원), 경북 경주시(4억원), 부산시(3억원)의 교부세가 늘어난다.

행자부는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맞춰 내년도 보통교부세 중 복지예산 비율(26%)을 올해(23%)에 비해 올렸다. 2018년엔 30%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 밖에 지방교부세제에 최초로 ‘일몰제’가 도입된다. 출산장려와 같은 신설 항목의 적합성을 3년 단위로 평가해 지속 여부를 정한다. 김 차관은 “교부세의 세부 항목이 늘어나 산정 방식이 복잡하다는 문제점을 해소하려 한다”고 밝혔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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