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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프다" 꾀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그런데 학교에서는 입학 첫날부터 모든 어린이가 이미 유치원을 거쳐 문자는 해득하고 있는것으로 보고 교육을 시작했던것이다.
다음날 행여나 해서 병원에도가봤지만 예상대로 아무탈도 없었고 1주일만에 U군의 배앓이는 씻은듯이 나았다.
××
지난10월 어느날 하오. 지방K대교수휴게실. 백발이 성성한 C교수가 지금 막 강의를 끝내고 들어섰다. 30대초반의 전임강사가그를 반겼다.
『선생님. 나하고 바둑한판합시다.』
「나하고」란 말에 깜짝 놀란 K교수(46)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젊은 강사는 노교수로 보면 제자의 제자뻘이 아닌가.
『L선생. C선생님에게까지 나한테 하듯 하는군. 「나」 아닌 「저」겠지.』
백발이 성성한 C교수는 빙그레 웃었다. L교수도 멋적게 웃었다. 고쳐 말했다.
『선생님. 저하고 바둑 한번 두시죠.』
『그럴까요.』
둘이는 바둑판앞에 마주앉았다.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옆자리에서 지켜보던 K교수의 결론아닌 결론에 한바탕 웃음이 오간뒤 바둑 돌이 놓여지는 가운데 반상여담이 오갔다. 요즘세대의 존대말 부재가 화제.
『교과서가 잘못됐어요. 태어나 처음 대하는 말을 「나」로 정한 것은 잘못입니다. 국민학교1학년에서 국어교과서를 없앤것이 잘못이었고 더구나 바른생활이란 이름으로 「나, 너」하고 첫 페이지를 시작한 것은 큰 잘못입니다.』
달변가인 K교수는 교과서에서 추방된 존대어가 어떻게 생활에 살아남겠느냐고 주장했다.
『나는, 아니 저는 「나, 너」 교과서세대가 아닌데요.』
L교수는 교과서에 존대말이 없어진것과 자신과는 아무관계가 없다며 약간 멋적게 말했다.
『물론 L선생을 두고하는 말은 아닙니다. 어떻든 우리 교과서는 너무 성의없이 만들어지고 있읍니다. 글자 한자, 내용 하나라도 어린 학생들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 유의하먼서 좀더 정선된 어휘나 내용을 선택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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