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청사 돌진한 굴삭기 기사의 친형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16.11.01 18:31

업데이트 2016.11.01 19:26

"지금은 IMF 때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씀씀이는 헤프고 벌기는 힘들고.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 못하니까 없는 사람은 얼마나 더 고통스럽겠어요. (내 동생은) 세상에 (이런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 올라간 것 같아요.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1일 오후 전북 임실군 강진면의 한 주택에서 만난 정모(47)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씨는 앞서 이날 오전 8시20분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굴삭기를 몰고 돌진한 남성(45)의 친형이다.

"아침에 TV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의아해 하면서도 딴 사람인 줄 알았는데...포클레인(굴삭기) 번호를 (막내) 동생에게 알려주니까 맞다고 하더라고요."

정씨 삼형제는 모두 굴삭기 운전 기사 겸 사업자다. 이번에 '돌발 사고'를 일으킨 정씨는 삼형제 가운데 둘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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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서 만난 정모(47)씨가 집 앞산을 바라보고 있다. 정씨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굴삭기를 몰고 돌진한 정모(45)씨의 친형이다. 김준희 기자

큰형 정씨는 "동생은 머리가 이상하지도 않고, 술 먹고 남을 때리는 주폭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평소 손해 보면서 양보하는 성격"이라며 "남한테 해코지하거나 속이지 않았다"고 동생을 감쌌다. 큰형은 "(순창에 일하러 간) 동생이 임실의 고향 집에는 1년에 한두 번 오는데 최근에 얼굴 본 지는 몇 달 됐다"고 말했다.

'폭력 전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4∼5년 전에 공무집행방해로 집행유예를 받은 적이 있다. 벌목 작업을 했는데 동네 사람이 (동생이) 벤 나무를 가져갔다. 경찰이 왔는데 그 양반 편을 들고 안 좋게 말하니까 시비가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은 누가 건드리지 않으면 싸우지 않는 성격이다. 누가 자꾸 안 좋게 얘기하면 억울해서 폭발하는 감정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큰형에 따르면 둘째 정씨는 중학교까지는 임실에서 다니고 순창에서 농고를 졸업했다. 병역은 전북 지역 향토사단에서 마쳤다. 굴삭기를 운전한 지는 약 20년쯤 됐다고 한다.

막내(43)까지 삼형제가 굴삭기 기사가 된 것도 둘째 정씨의 조언이 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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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청사에 돌진한 정모(45)씨의 친형이 사는 전북 임실군 강진면 집. 김준희 기자

큰형 정씨는 "삼형제 모두 고졸인데 동생이 먼저 굴삭기 기술을 배워서 알려줬다"며 "셋이 같이 할 때도 있었는데 동생이 몇 년 전에 따로 나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둘째 정씨의 주소지는 큰형이 사는 고향 집으로 돼 있지만, 일하는 지역에 따라 원룸을 구해 옮겨다닌다고 큰형은 설명했다. 이날도 큰형 집 현관문 앞엔 둘째 정씨 앞으로 온 은행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붙어 있었다. 그는 "빚이 얼마인지 모르겠는데 저축은행에서 돈 갚으라고 자주 독촉장이 날아온다"며 "동생이 굴삭기를 구입하면서 빚을 진 것 같다"고 했다.

새 굴삭기 1대가 보통 5500만원 하는데 둘째 정씨는 2000만~3000만원짜리 중고를 샀다고 한다.

20여분간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큰형의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다. 둘째 정씨를 조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3팀장'이었다. 정씨는 "경찰도 내 동생이 말도 잘하고 점잖다고 했다. 내일(2일) 막내와 면회를 가야겠다"고 말했다. '동생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냐'는 물음에 그는 "왜 그랬냐고 물어보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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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 정씨 집 현관문에 둘째 동생 정씨 앞으로 온 모 저축은행의 '빚 독촉'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붙어 있다. 김준희 기자

강진면 마을 주민들은 이날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굴삭기 기사가 이웃인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신문과 방송들이 '정씨가 전북 순창에서 상경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전후 사정을 기자로부터 전해 들은 주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노릇을 한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에 대해선 한결같이 비판했다.

방앗간 주인 A씨는 "그 사람은 여기를 떠난 지 오래됐어요. 형제가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동생은 쪼까 성질이 좀 있지. 뚝성질이 있어. 형은 사람 참 좋아요. 오로지 자기 할 일만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 수퍼마켓 주인 B씨는 "둘째 동생이 성질이 고약혀도 얼마나 속이 상하면 그랬겠어요. 생활(사회) 돌아가는 거 봐봐. (최순실 등이) 그렇게 어마어마한 죄를 짓고 살면 쓰겄어. 정씨가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한) 최순실이를 밀어버리려고 갔다면서. 지(정씨)도 부아가 나니까 그랬겠지"라고 말했다.

서정준(64) 갈담리 이장은 "어렵게 살아 왔어요. 투쟁가도 아니고 그저 외로운 사람이오. 굴삭기 갖고 제주도나 강원도로 일다니고 그랬지. 열심히 살려고 돈 버나 했는데 엉뚱하게 오늘 같은 비보를 들으니 가슴이 아프네"라고 말했다.

임실=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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