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안개' 속 깜빡이는 경제 비상등

중앙일보

입력

한국 경제에 연이어 비상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생산ㆍ소비ㆍ투자지표가 줄줄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데 이어 기대했던 ‘수출 반등’ 마저 실패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현대차의 파업 여파라는 ‘빅2 쇼크’에 발목이 잡히면서다. 여기에 ‘최순실 사태’로 경제 전반에 짙은 불확실성의 그림자까지 드리워지자 증시도 움츠리기 시작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41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가간에 비해 3.2% 줄어들었다. 수출은 지난 8월 20개월 만에 증가율이 플러스(2.6%)로 돌아서며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9월(-5.9%)에 다시 고꾸라진데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양대 수출주력 품목인 무선통신기기(-28.1%), 자동차(-11.8%)의 실적이 크게 떨어졌다. 산업부 이민우 수출입과장은 “두 품목에서만 수출이 전년 대비 15억7000만 달러 줄었다"고 말했다.

경제의 ‘바로미터’인 증시도 힘이 빠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0.80포인트(0.04%) 떨어진 2007.39로 장을 마감했다. 오전 한때 2000선이 무너지면서 1990.45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스피는 국정 공백이 본격화한 지난달 28일부터 사흘 연속 하락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파생ㆍ헤지전략부장은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진데다 정부 리더십 공백이란 악재까지 터지면서 증시 약세가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소비와 투자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책 동력’까지 약화하면 기업과 가계는 더욱 움츠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복지부동에서 벗어나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정치권은 불확실성을 걷어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근ㆍ김민상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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