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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홍보·선거체제 조기정비에 총력|바빠진 세밑 정가…민정당의 전락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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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민정당의 움직임이 최근 눈에 띄게 바빠졌다.
특히 지난 18일의 의원총회 이후부터 나오고 있는 주요 당직자들의 발언 등을 보면 더욱 그렇다.
노태우 대표위원은『우리는 내년에 의원 내각제의 관철로 국가운영의 기본을 마련해야 하는 소명을 완수해야 한다』면서『의원 내각제 홍보실적을 수시로 보고하라』 고 했고, 이춘구 사무총장은 『앞으로 2∼3개월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한동 총무도 개헌 문제의 조기완결을 역설했는가 하면 당이 시달한 귀향활동 지침에는 『언제 선거를 치르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상시 동원태세를 완비하라』 고 되어있다.
결국 이 같은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민정당은 의원내각제 총력 홍보를 통해 그 지지기반을 확충해나가면서 동서에 선거에 대비한 조직을 철저히 정비, 개헌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고 그 이후의 상황 전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기본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의해 민정당은 「비장한 각오」로 홍보 및 조직강화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민정당은 적정한 당원 수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지구당에 대해 내년 1월말까지 이를 채우도록 지시했다.
이번 조직정비에서 민정당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대도시 관리 및 청년층 흡수문제다.
민정당은 대도시, 특히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6대도시에 거주하는 여론 주도인사 3만여 명의 명단을 전산입력, 당과 정부의 각종 홍보물을 발송하는 등 집중 관리키로 했다.
여기에는 △3백인이상 고용 사업체의 유력 사원 △주요 당직자가 추천한 인사 (1인당 20명) △택시기사·부동산 중개업자 등 여론 전파 층들이 포함돼 있다.
민정당은 이와 함께 아파트 관리인·자모회임원 등을 책임자로 선정, 여성 교양강좌를 실시하는 등 「특별 관리구」 서 아파트 지역을 파고 들어가기로 했다.
청년분야는 △지금까지 당내 청년조직 중심 활동에서 현장 위주의 당의 청년층을 대상으로 활동을 전환하며 △개량주의적 진보의식을 갖고있는 청년·학생과의 유대를 강화한다는 방침 하에 각종 계획을 수립했다.
시·도 별로 관내 교수·실업인 등 여론주도 청년층을 대상으로 내년 1월말까지 세미나를 개최하는 한편 6대 도시에 모두 2천2백 명으로 「청년기동대」를 연말까지 구성, 이들의 지지기반을 확산시켜나갈 방침이다.
민정당은 이밖에 노동·종교·문화계의 주요단체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조성한다는 방침 하에 당내에 관련인사 30∼50명 선에서 각종「협의회」를 구성,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아울러 민정당은 귀향보고회 「사랑방 좌담회」 등을 통해 의원내각제의 시대적 불가피성을 적극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민정당은 특히 이번 홍보방식은 한번에 많은 수의 주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가능하면 1대1 대화방식을 택하면서 30∼40명의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모임을 반복·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의원 내각제가 갖는 민주성·역사적 타당성 등을 역설한다는 것이다. 즉 대통령 직선제가 비민주적 제도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면서 그러나 우리의 현실 여건에 이 제도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안정, 다원화된 사회 각분야의 욕구충족, 지역간 균형발전 등이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니냐는 점을 반문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의원 내각제가 가장 합리적인 제도라는 것을 주지시킨다는 방침이다.
민정당은 특히 산업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계층과 세력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가 의원 내각제임을 역설하겠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해보면 단순히 「의원내각제냐 대통령 직선제냐」 는 물음에는 대통령 직선제 지지가 많지만 각 제도가 갖는 특성을 풀어 작성한 질문에는 의원내각제에 대한 지지가 더 높았다』 고 밝혔다.
○…민자당은 홍보에서 세계 각국이 어떤 정부형태를 취하느냐를 제시하면 더 이상 논쟁의 여지는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전세계 1백60여 개국 중 △대통령제가 70개국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의원내각제 40 △공산국가 15 △군사정권 15 △이원집정부제 10개국 및 기타 형태로 되어있다.
절대 수에 있어서는 대통령제가 많지만 미국·트리니다드토바고·베네쉘라 등 10여개 국을 제외하고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의 대부분은 1인당 GNP가 1천 달러 미만의 저개발국가 아니면 독재국가라는 것.
반면 영국·서독·일본을 비롯한 국민소득 1만 달러가 넘는 이른바 민주 선진국의 대부분이 내각 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아이슬란드· 그리스 등은 이원정부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내각제에 가까운 정부운영을 하고있고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실제 내각책임제적인 정부운영을 하고있는 나라다.
○…이 같은 대 국민 홍보활동 및 조직 강화작업과 관련해 당 지도부가「이러 지도 저러 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대목은 전국구 의원들의 지역구 경합 상.
전국구의원 61명중 30여명이 지역구에 「생각」 이 있다는 게 통설인데 벌써 경합 상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는 지역만도 10여 군데에 이른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은 전 내무장관인 정우모 의원과 민정당 공 조직의 대부라고 불리는 이상반 전 사무차장이 경합을 벌이는 공주익산.
이 의원과 정 의원 측은 각각 「당총재의 명에 따른다」라는 서약을 하고 페어플레이를 다짐했다는 후문.
대전동구 (남재두 의원·경기고 출신) 는 대전고 응원단장 출신인 강상진 의원 (부대변인) 이 출진 채비를 갖추고 있고 중구 (강창희 의원)는 11대 지역구 의원이었던 이재사 국회사무총장이 권토중래를 도모하고 있다는 후문.
창녕-밀양(신상식 의원) 은 안영화 의원이 뜻을 두고 있으며 부여-서천-보령(이상익 의원)은 서천 출신의 김두종 의원과 부여 출신의 임두빈 의원이 경합.
남양주-양평 (김영선 의원)지구를 놓고 오래 전부터 뜻을 세운 이성호 의원은 김 의원의 출신지인 양평 보다 인구가 몇 배 많은 남양주 출신임을 강조.
인천고 출신의 서정화 의원은 인천동-북구(김숙현 의원)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이번 정기국회 때의 대정부 질문 원고에 자기사진을 곁들인 팸플릿을 다량 배포.
이밖에 경주-월성-청도지구 (박권흠 의원) 는 정호근 의원이 자신의 고향인 월성군을 중심으로 사진이 붙은 연하장 2만여 장을 돌렸다는 소문이고, 최근 전국구를 승계한 홍희표 의원은 승계 즉시 자신이 뜻을 두고있는 동해-태백-삼척지구 (김정남 의원) 에 축하 플래카드를 달 정도여서 대표적으로 마찰을 빚은 케이스.
서울의 14개 지역구 중 현재까지 말이 오가는 곳은 강동 (정남 의원),서대문-은평(윤길중 의원), 구로 (김기배 의원) 등 3개 지구.
강동 지역은 분구 가능성이 높아 상당수 전국구 의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김중위 의원이 넘보고 있다는 얘기.
서대문-은평은 정창화 의원이 연세대 출신임을 내세워 이 지역을 공략 대상으로 선정하고 연하장 5천장을 이미 발송.
구로는 전지구당 위원장이자 국회의장 비서실장인 최명헌 의원의 재도전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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