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극장 운영 어려워도 포기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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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년 전 라이브 극장을 인수할 때는 '잘 될 거야'라는 생각만 했어요. 콘서트 전용극장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해 왔기에 잘 될 거라 믿었죠. 실제로 해보니 그게 아니에요(웃음). 썰렁한 객석을 맥없이 바라봐야 할 때도 있고 어려움이 하나 둘이 아니죠.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가수 이선희(39.사진)씨는 지난 1년을 그 어느 때보다 무대 곁에 바짝 붙어서 보냈다. 자신이 직접 소극장 무대에 선 날도 있었지만, 객석에서 가슴을 죄며 무대를 지켜본 날이 더 많았다.

그가 자금난을 겪고 있던 대학로 라이브 극장을 인수한 것은 지난해 7월. 그는 "지난 1년 동안 가요계의 또 다른 풍경을 온몸으로 보았다"고 말했다.

이씨가 라이브 극장을 인수한 뒤 이 공연장을 거쳐간 가수는 수십명. 지난해 김장훈.김종서 등 '실력파' 가수들이 이미 한달이 넘는 장기 공연을 했고, 올 들어서는 이상은.박완규.휘성.캔 등이 릴레이 콘서트를 열었다. 나비효과.사랑과 평화.위치스 등 각기 10~50대까지 다른 팬층을 겨냥한 밴드도 이 무대를 거쳤다.

"'사랑과 평화'는 제가 꼭 무대에 세우고 싶었던 밴드입니다. 음악적 색깔도, 실력도, 쇼 매너도 모두 갖춘 훌륭한 선배 음악인들이죠. 공연 역시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티켓 판매는 너무 저조해 가슴이 아팠죠."

공연 섭외를 위해 찾아간 가수들 중에는 '방송 출연 때문에 바빠 공연할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후배 가수 앞에서 할 말을 잊었는가 하면 소극장 공연보다는 일회성의 1천~2천석 대형 공연만 고집하는 가수를 보면서 안타까운 적도 있었다.

"3백50석의 소극장 무대는 매력이 큰 만큼 부담도 커요. 가수는 이 자그마한 극장에서 최대한 솔직해질 수밖에 없죠. 관객과 에너지를 직접 주고받는 희열은 말로 다 표현 못해요."

이씨는 다음달 8일부터 31일까지 한달 동안 매주 금~일요일 자신이 직접 라이브 극장(02-744-6700) 무대에 선다. 여름 휴가철인 비수기를 맞아 '극장 살리기' 공연에 직접 자신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글=이은주,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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