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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1.5㎞ 내 자택·법인·카페·의상실…강남 ‘최순실 타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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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과 논현동 일대에서 활동했다. 자기 소유 건물이 있던 신사동에서는 사생활을, 논현동에서는 비선 권력 실세로서의 생활을 했다. 반경 1.5㎞ 안에 최순실 타운을 구축했다. 논현동은 최씨가 자주 드나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택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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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은 최씨의 사생활 공간으로, 최씨는 28년 전 사들인 신사동 미승빌딩을 거점으로 삼았다. 최씨는 이 건물에서 1990년대 초 초이유치원을 운영했다. 이 빌딩 옆 건물에 최씨의 최측근인 고영태(40)씨가 자신의 사무실을 갖고 있었다. 이곳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인 정동춘씨가 운영하던 운동기능회복센터(CRC)가 있다. 최씨는 이 센터의 단골손님이었다. 고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더블루K’ 법인도 최씨 집 근처에 있다.

최씨 빌딩 있던 신사동선 거주
논현동선 비선권력 ‘업무타운’
박근혜 사택서 멀지 않은 거리
9월 국정 농단 의혹 제기되며
최씨, 논현동 카페 등 급히 정리

미승빌딩에서 도보로 20여 분 거리에 최씨의 단골 보석가게가, 15분 거리엔 즐겨 다닌 목욕탕이 있다. 최씨는 이 보석가게에서 산 브로치를 박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대통령의 의상을 만든 ‘샘플실’도 미승빌딩 근처다. 최씨가 출국 직전까지 머문 곳 역시 청담동에 고급 레지던스 피엔폴루스였다.

논현동은 최씨의 ‘업무타운’이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 최씨가 관여한 재단은 물론 정·관계 인사들을 만난 회의 장소도 논현동에 있다. 최씨의 측근들이 세운 법인들도 논현동에 밀집해 있다. 사무실 간 거리가 멀어야 도보 10분 거리다.

최씨가 논현동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4년 말로 추정된다. 최씨는 2014년 11월에 측근 김성현(43)씨 등을 대표로 둔 광고기획사 ‘존앤룩씨앤씨’를 세우며 논현동 시대를 연다. 이 법인은 최씨가 아지트로 삼은 카페 ‘테스타로싸’를 운영한 곳이다. 최씨는 이곳에서 재단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최씨가 고씨와 함께 설립했던 광고기획회사 고원기획(2014년 7월 설립해 2015년 2월 청산)은 카페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역시 각각 2015년 10월, 2016년 1월 논현동에 사무실을 얻었다. 두 재단은 모두 ‘테스타로싸’와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47)씨와 관련된 법인들도 2015년부터 ‘테스타로싸’ 근처에 세워진다. 다른 곳에 있다가 옮겨오기도 한다. 차씨가 대표로 있는 광고회사 아프리카픽처스, 차씨의 최측근인 제일기획 출신 김홍탁씨가 대표로 있는 광고기획사 인터플레이그라운드(2015년 10월), 모스코스(전 유라이크커뮤니케이션즈, 2015년 2월) 등도 이 카페에서 100m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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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가 정·관계 인사들과 비밀리에 회의를 가진 사무실이 있는 빌딩도 ‘테스타로싸’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있다. 이 빌딩 입주자는 “회장님이라 불리는 사람이 가끔 왔고, 기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상주하는 여직원이 인터플레이그라운드 사무실과 이곳(회의실)을 자주 오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의 논현동 생활은 지난 9월 국정 농단 의혹이 제기되면서 급히 마무리된다. 최씨는 ‘테스타로싸’를 정리했고, 더블루K 한국 법인도 문을 닫았다. 카페 테스타로싸 인근 식당 주인은 “8월 말인지 9월 초에 카페 문을 닫은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테스타로싸’가 있던 곳에는 현재 다른 업체가 입주해 리모델링 중이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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