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스를 폴크스바겐처럼 범퍼 교체…불법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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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다마스’를 ‘폴크스바겐 와겐버스’로 튜닝한 차를 한 대 사려고 합니다. 이거 불법 튜닝으로 걸리나요? 업자 말로는 라이트 위치만 걸리지 다른 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한 인터넷 중고차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다른 커뮤니티에는 다마스를 개조한 미니버스 차량 사진이 올라와 있고 “예쁘다. 탐난다” “견적이 얼마나 들지 궁금하다” 등의 댓글이 수십 개 달려 있다.

차량 개조한 업자 등 90여 명 입건
TV 소개한 미니버스도 불법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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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라보·레이 등 국산 경차의 구조를 독일 폴크스바겐의 마이크로버스(미니버스)처럼 개조하는 ‘미니버스 튜닝(tuning·사진)’이 유행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미니버스는 과거 히피 문화의 상징으로 불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튜닝한 미니버스는 국내 방송에도 몇 차례 소개되며 관심이 더 높아졌다. S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에선 진행자가 튜닝 미니버스를 타고 지방에 가는 모습이 등장했다. 또 tvN의 ‘더벙커 시즌4’에선 튜닝 전문가가 직접 나와 튜닝 과정을 소개하고 튜닝된 차량을 현장에서 경매로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이 같은 미니버스는 대부분 불법 튜닝을 통해 모양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에 나온 차량도 불법 튜닝한 미니버스였다. 전조등 모양을 바꾸거나 범퍼에 자체 제작한 패널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전조등 모양이 달라지면 다른 차량의 주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차체 모양이 바뀌면 범죄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7월부터 4개월간 이런 미니버스 불법 튜닝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튜닝 업자와 차주 등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피의자는 90여 명이었다.

특히 방송에서 튜닝 과정을 소개한 이모(33)씨는 자신의 업체를 통해 2013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수백 대를 불법 튜닝했고 이 기간 동안 4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씨는 불법 튜닝을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도 홍보와 영업을 계속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씨가 불법 튜닝한 차는 2014년 부산 모터쇼에 전시되기도 했다. 이씨는 방송 출연과 모터쇼 전시를 업체 홍보에 이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주들은 대부분 방송에 소개됐기 때문에 불법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차량 구조를 바꾸는 튜닝은 외형은 예쁘게 바뀔지 몰라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다른 차량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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