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폭염에 생산 줄고 김영란법까지…충청지역 인삼농가 엎친 데 덮친 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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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24일 오전 11시 충남 홍성군 홍동면 김모(43)씨 인삼밭. 김씨는 3600㎡의 밭에서 트랙터로 인삼을 수확했다. 트랙터가 밭고랑을 지나가자 6년근 인삼이 땅 위로 뿌리째 올라왔다. 김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작년보다 수확량이 적은데다 굵기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김씨는 “가뭄에다 폭염까지 겹치면서 생산량이 20%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3.3㎡당 생산량을 2㎏ 수준으로 예상했다.

3중고 겪는 인삼농가 가보니
이상기후로 수확 20~30% 감소 예상
수매가 작년대비 5000원까지 하락
지역 농협 “계약 재배면적 줄일 것”

충북 음성에서 인삼농사를 짓는 임모(77)씨는 지난 21일 2500㎡ 밭에서 인삼 1064㎏를 수확했다. 3.3㎡당 1.35㎏으로 지난해보다 800g 감소했다. 충북인삼농협 수매장에서 검수한 결과 지난해 70% 수준이던 3등급이 올해는 60%까지 줄었다. 수확량이 줄어든데다 등급도 낮아져 판매금액이 지난해(3000만원)에 비해 17%(500만원) 떨어졌다고 했다. 임씨는 “수십 년째 인삼농사를 지었지만 올해처럼 힘든 때가 없었다”고 했다. 인삼은 품질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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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충북 증평군의 충북인삼농협 수매장에서 직원들이 입고된 인삼을 확인하고 있다. 인삼은 품질에 따라 1~4등급(등외)으로 나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올해 가뭄과 폭염으로 인삼농가들이 큰 피해를 봤다. 올해 수확하는 4~6년근은 물론 2~4년 뒤 수확 예정인 2~3년근까지 작황이 좋지 않다. 인삼은 30도 이상 고온이 일주일 이상 지속하면 잎이 마르고 뿌리가 고사한다. 농가들은 수확물량이 20~3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홍삼과 전국 11개 지역인삼농협은 300㏊에서 계약 재배한 인삼을 다음달 중순까지 수매한다. 올해 초 예상 수확량은 1970t이었다. 하지만 작황이 부진함에 따라 수확량을 5~10% 낮춰 잡았다. 수매가격은 지난해와 같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3등급(6년근·1㎏)을 기준으로 4만3400원에 매입한다. 반면 일부 지역농협은 이보다 약 5000원 내린 3만8000원 수준에서 수매하고 있다.

수매물량이 가장 많은 ㈜한국인삼공사(KGC)는 수매가격을 모든 등급에서 지난해 수준으로 결정했다. 수확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단가를 내리면 농민들의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서다. 인삼공사는 6년근 9000t을 수매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수확시기인데도 인삼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6일 기준 금산수삼센터에서 거래된 수삼(750g·20뿌리) 매매가격은 2만4000~2만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4000원가량 떨어졌다. 경기침체에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소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역인삼농협 관계자는 “인삼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작황도 부진해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재고 처리 등을 위해 계약재배 면적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농촌진흥청이 올해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인삼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에 따르면 온난화가 이어지면서 국토의 84.1%인 인삼재배 가능지가 2020년에는 75.8%로 줄 것으로 관측됐다. 2030년에는 전남·부산·경남 등 남부지역 대부분은 인삼재배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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