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참 느닷없는 제안” 김무성 “애국의 결단 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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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임기 중(남은 16개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여권 주류 친박계는 일제히 환영했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권 연장을 위한 제2의 유신헌법이라도 만들자는 거냐”며 반대했다. 정치권이 급속히 개헌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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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유승민 의원, 민주당 김종인·김부겸 의원 등 ‘비박(非朴)·비문(非文)’ 진영의 개헌론자들은 “국회가 개헌 논의를 주도하자”며 정당의 경계선을 넘어 같은 입장을 보였다. 논란이 가열될 경우 개헌을 고리로 여야를 넘나드는 새판 짜기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헌 셈법’ 바빠진 대선 주자들
문 “블랙홀 필요한 상황 됐나 의아”
손학규 “7공화국 열기 위해 필요”
유승민 “대통령이 주도해선 안 돼”
정치권 찬성·반대파 급속히 양분
비박·비문, 정당 경계선 넘어
개헌 고리로 새판짜기 나설 수도

◆문재인 “제2의 유신헌법 만들자는 거냐”=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 개헌 제안은 참 느닷없다. 그동안 개헌은 블랙홀이라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될 시기에 논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말씀하셨다”며 “갑자기 개헌을 말씀하시니 무슨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인가 의아스럽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 개헌은 대단히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답변드리는 것보다는 제안 취지를 좀 더 살펴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오후 김경수 의원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 의한,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개헌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 정권 연장을 위한 제2의 유신헌법이라도 만들자는 것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 전 대표는 “권력형 비리게이트와 민생파탄을 덮기 위한 꼼수로 개헌을 악용해선 안 된다”며 “무책임의 끝을 보여주는 정략적 정치이자 방탄 개헌”이라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차기 주자들은 대체로 문 전 대표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그동안 지방분권형 개헌에 찬성해 왔지만 이번에는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 국정 난맥을 덮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고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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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 진영선 “대통령 대신 국회가 주도해야”=비문 진영의 야권 주자들은 문 전 대표와는 반응이 달랐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개헌은 중차대한 과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참여를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개헌은 국회가 주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 개정이 되더라도 개정 헌법은 21대 국회 시작(2020년)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으로 7공화국이 생기면 6공화국 체제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2018년 2월 취임 후 2020년 5월 말 20대 국회의원 임기까지 2년3개월만 재임해야 한다는 게 김 전 대표의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론’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부겸 의원도 “대통령과 청와대는 논의에서 빠지라”고 비판했지만 “개헌은 국회에서 진지한 토론을 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은 “개헌은 7공화국을 열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라며 “개헌을 넘어 정치의 새판 짜기를 하자”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친박은 정부 주도-비박은 국회 주도=새누리당의 비박계 김무성 의원은 “개헌 논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여야와 행정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긴급 제안했다. 유승민 의원은 “개헌 논의는 국민과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께선 ‘개헌은 블랙홀’이라는 이유로 자유로운 개헌 논의조차 반대해 왔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서는 국민이 그 의도에 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정부가 필요한 조직을 설치해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니 국회도 하루빨리 개헌 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 주도 개헌에 찬성 입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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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측근 인사는 “반 총장은 내년 1월 귀국 후 나라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와 함께 밝힐 것”이라고만 했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개헌이 성공하려면 특정 정파나 주자의 이해관계에 쏠리지 않도록 중립적인 ‘개헌 추진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효식·강태화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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