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불화로 자식 살해…닮은꼴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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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아들을 살해한 40대 주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24일 전모(41·여)씨를 살인 혐의로 검거해 조사 중이다. 전씨는 지난 21일 오후 5시30분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7)과 대구시 수성구 한 여관에 들어가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이 들게 한 뒤 옷 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전씨는 범행 후 아들의 시신을 들고 택시를 이용해 자신의 집으로 갔고 이를 보고 놀란 남편이 경찰에 신고했다. 전씨는 경찰에서 “평소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 주거지를 수색하고 휴대전화 내용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지난 23일 전씨의 아들을 부검했다. 가정 학대 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목을 졸린 것 외에 별다른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여관에 가져간 수면제는 전씨가 병원에서 예전에 받아놓은 것이었고 아들의 건강에 문제가 없고 입양아도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전씨가 남편에게 보여주기 위해 범행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부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서다. 부산에선 22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20대 주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남편과의 불화가 범행 동기였다. 부산북부경찰서는 당시 살인혐의로 황모(29·여)씨를 구속했다. 황씨는 지난 8월 5일 오후 4시쯤 부산 북구의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던 22개월 된 아들을 허리띠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의 남편(34)은 퇴근 뒤 아내가 숨진 아이와 함께 화장실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4년 전 결혼한 황씨는 생활고와 트럭 운전을 하는 남편의 외박 문제로 불화가 있었고 범행 하루 전날에도 부부싸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경찰에서 “아이와 내가 죽으면 남편이 반성할 것 같아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건은 남편과 불화, 자식 살해, 범행 주체가 주부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구 사건은 부산 사건의 모방 범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닮은꼴”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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