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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그림 같은 섬에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긴 할머니 칠순잔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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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엄마(신동희·41)할머니(고준호·69), 그림대회 대상을 받은 김다예(12)양과 아빠(김대석·45) 마지막으로 다예의 동생 다연(9)양까지 빈탄으로 떠난 가족 여행의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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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과 클럽메드가 함께한 그림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다예 학생의 그림.

“대상이야! 다예 네가 대상이래!” 환호 소리에 놀라 방에서 뛰어나온 내게 엄마는 이렇게 말했어. 지난 5월 소중과 클럽메드가 함께 연 그림대회에서 내가 대상에 뽑혔다는 거야. 이번 대회가 다른 공모전과 다른 점은 그림과 함께 사연을 써야 한다는 거였어. 난 올해로 칠순을 맞은 우리 할머니를 떠올리며 그림을 그렸어. 제목은 ‘빈탄에서 신나는 할머니의 칠순잔치’. 공모전의 또 다른 특징은 대상에 뽑히면 가족 여행을 보내준다는 거였지. 9월 28일, 우리 가족은 클럽메드 빈탄 아일랜드 리조트로 떠났어. 내 그림 속 장면이 실제로 이뤄진 거지! 할머니의 칠순잔치를 겸한 가족 여행기를 지금부터 자세히 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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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예 학생 가족이 머무른 클럽메드 빈탄 아일랜드 리조트. 빈탄섬은 인도네시아 서부 리아우제도에 있는 휴양지다.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어. 대상이란 말을 막 들었을 때 말이야. 최선을 다해 그렸지만, 솔직히 당선될 거라고 생각 못했거든. 하지만 대상이라니! 조금 지나자 감격이 몰려왔고 스스로 굉장히 뿌듯했어. 할머니 칠순잔치를 가족이 함께 여행하며 보낼 수 있게 된 것도 정말 기뻤지.

드디어 빈탄으로 떠나는 날. 할머니와 엄마, 아빠, 동생과 함께 가는 가족 여행에 나는 잔뜩 들떴어. 탑승에 필요한 여러 절차를 거치고 비행기에 오르자 기대감은 최고가 됐지. 비밀이지만, 사실 나는 비행기를 처음 타거든. 비행기가 서서히 이륙하자 내 마음은 더더욱 벅차올랐어. 하늘에서 내려다본 육지의 모습은 마치 작은 소인국을 보는 것 같았지.

5시간 뒤 우리는 싱가포르 공항에 도착해 배를 타고 빈탄 섬으로 향했어. 섬에 도착한 후에는 승용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이때 난 특이한 점을 발견했어. 우리나라는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데, 여기는 오른쪽에 있다는 거야. 저녁 무렵 리조트에 도착한 후로도 놀랄 만한 일이 계속 이어졌어. 리조트의 직원들이 나와서 우리를 반겨주더라고. 주스 바에서는 마음껏 주스를 마실 수 있었고 객실은 깨끗하고 예뻤지. 거기다 한국에서는 쉽게 보지 못하는 야자수와 신기한 꽃과 나무를 실컷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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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메인 수영장에서 물놀이 중인 가족들.

여행 두 번째 날 아침. 아빠가 방문을 두드려 우리를 깨웠어, 아빠를 따라 나간 곳에서 나는 원숭이를 만났어.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던 원숭이를 눈앞에서 보다니! 나는 동생에게도 얼른 알려줬지만, 동생 다연이는 무섭다며 밖으로 나오려고 하질 않았어. 원숭이를 직접 보는 건 특별하고 신기한 경험인데도 말이야. 다연이의 저항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와 아빠는 싫다는 동생을 강제로 업고 밖으로 나갔지. 무섭다던 동생은 아빠에게만 붙어 있었어. 하지만 하루 뒤, 다연이가 보여준 행동은 정말 의외였지. 그건 조금 이따 다시 이야기해줄게.

이날 우리 가족의 계획은 바다에 가는 거였어. 빈탄의 바다는 정말 유리처럼 깨끗하고, 푸른 에메랄드 보석처럼 빛났어. 마치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 같았어. 이곳은 바닷가의 모래도 참 깨끗해. 맨발로 모래 위를 걸을 때는 마치 눈을 밟는 기분이 들었어. 무엇보다 할머니가 이곳에 오신 걸 좋아하셔서 무척 뿌듯했지. 바다에 이어 우리가 찾은 곳은 수영장이야. 나는 동생과 함께 물장구를 치고 놀다가, 비치 바에서 제공하는 알록달록한 색색깔의 주스도 마셨지. 그 사이에 할머니와 엄마는 양궁을 하러 갔는데, 할머니 말로는 엄마의 양궁 실력이 대단하다는 거야. 엄마에게 이런 면이 있다니….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어.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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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두 번째 날 찾은 양궁 클래스. 양궁·요가·테니스·스쿼시·원드서핑·스노클링·카약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것도 클럽메드의 장점이다.

나도 양궁을 배워봤는데, 처음엔 어려웠지만 점점 과녁을 맞힐 수 있게 되더라고. 물론 엄마랑 달리 나는 노란색의 한가운데 과녁은 못 맞혔지만 말이야. 내친 김에 우리는 스쿼시까지 하러 갔어. 사실 양궁도 스쿼시도 다 처음 해본 운동이라 어렵고 서툴렀지만, 가족과 함께하니 이 모든 게 다 재미있기만 했어.

신나게 놀고 맛있는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클럽메드의 꽃이라고 하는 공연을 보러 갔지. 무척 신나고 재미있었어. 전부 영어로 진행되지만 손짓 발짓으로 알아들었지. 방으로 돌아온 후에는 동생과 함께 2인용 침대에 누웠어. 돌이켜보면 정말 웃음이 끊이지 않는 하루였지.

그 다음 날. 원숭이가 무섭다던 동생 다연이가 조금 달라졌지 뭐야. 유리창을 사이에 두긴 했지만 열심히 원숭이를 관찰하고 있더라고. 조금 있으니 귤을 들고 원숭이를 약 올리다가, 결국 원숭이에게 귤을 던져주기까지 하더라니까! 장하다 내 동생.

생각해보면 빈탄에서 우리는 날마다 신나고 알차게 하루를 보냈던 거 같아. 이날 아침 엄마와 할머니는 요가를 하러 갔어. 여행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라고 했지. 아침을 먹고 나서 우리는 공중그네를 타러 갔어.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간 다음, 공중에서 타는 그네야. 마치 서커스 같이 말이야. 글로 쓰니까 쉬운 것 같은데 이게 보기보다 쉽지 않아. 이래저래 노력은 했는데, 뜻대로 되지는 않더라고. 그래도 스릴 넘치고 재미있었어. 도우미가 갑자기 날 놓아버렸을 때가 특히 스릴만점이었지. 설명하다 보니 또 타고 싶어지네.

오후에는 파도타기를 했는데, 엄마가 제일 좋아했어, 튜브를 탄 엄마는 “I can fly!!!”라고 외치며 그야말로 파도를 즐기고 있었어. 문득 바닷가 쪽을 보니, 할머니와 다연이가 모래성을 쌓고 있었어.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물장구치고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

빈탄에서 스포츠를 제일 많이 즐긴 사람은 엄마와 할머니! 엄마는 1년 동안 할 운동을 한꺼번에 해치운 거 같다고 했어. 할머니는 재미있는 경험을 내 덕에 많이 했다며 “고맙다”고 말하셨어. 밤하늘의 별처럼 할머니 칠순을 반짝반짝 빛나게 한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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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구명조끼를 입고 페리를 기다리는 김다예 학생 가족.

이날 저녁의 하이라이트는 엄마랑 할머니가 신청해둔 반딧불이 체험이었지. 그런데 저녁을 먹기 전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거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체험을 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비가 오면 오히려 반딧불이가 더 잘 모여든다는 거야. 우리는 배를 타고 반딧불이를 보러 갔어. 꽤 멀리 왔다고 생각했을 때, 눈앞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어. 반짝거리는 작은 별 같은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장면이었어. 반딧불이의 빛이 수놓은 야경은 정말 감동적이었어. 눈을 뗄 수가 없었지. 사진으로만 보던 반딧불이의 빛이 실제론 뜨겁지 않다는 것도 참 신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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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예(왼쪽)·다연이 자매가 클럽메드 빈탄에서 일하는 한국인 PR G.O(클럽메드의 직원을 부르는 호칭) 미나씨와 함께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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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클럽메드의 G.O들이 모여 공연을 선보인다.

마지막 밤을 반딧불이의 빛처럼 황홀하게 보내고 우리 가족은 한국으로 돌아왔어. 돌아오면서 나는 생각해봤어. 아이들이 어린이날 선물 1순위로 해외여행을 꼽은 이유를. 해외에 나가면 온통 보이는 것은 외국인이고 들리는 말도 다른 나라의 언어야. 그래서인지 우리 가족의 모습과 목소리가 유달리 눈에 잘 띄고 잘 들렸어. 가족이라는 품이 더 가깝게 느껴진 거야. 아빠와 엄마도 평소와 좀 달랐어. 오랜만의 휴가로 마음의 여유가 생긴 두 분은 우리랑 더 적극적으로 시간을 공유했어. 가까운 사람들과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매력이야. 또 마냥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도 좋은 점 같아. 무슨 이야기냐고? 말보다는 경험이 먼저지. 가족과 함께 멀리 여행을 다녀와 봐. 여러분도 바로 공감할 수 있을 거야.

글·사진=김다예(경기도 목감초 6), 정리=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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