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가 이기면 수용…의심스런 결과 땐 소송"…오바마 "이적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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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후보 3차 TV 토론에서 선거 불복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다음날 선거 불복 가능성을 또 시사했다.

20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델라웨어 유세에 나선 트럼프는 “나의 유권자와 지지자들 그리고 모든 미국인에게 위대하고 역사적인 대선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점을 공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내가 이긴다면”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본인이 낙선하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트럼프는 “나는 확실한 선거 결과만 수용할 것”이라며 “만약 결과가 의심스럽다고 느껴지면 법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내게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 불만을 넘어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날 켈리엔 콘웨이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선 결과가 실제 나와서 입증, 확인될 때까지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전날 트럼프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대선후보 3차 TV 토론에서 “(선거 결과 승복에 대해) 그때 가서 말하겠다”라고 말해 선거 불복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끝까지) 애를 태우겠다”고도 했다. 토론을 지켜본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대선 승복의) 전통을 깼다” “미국 민주주의 자체를 모욕했다”고 보도하는 등 충격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다음날 날 또다시 법적 소송까지 거론하며 불복 의지를 내비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위험한 인물, 민주주의 가치훼손이란 용어를 쓰며 그를 비판했다. 이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플로리다주 유세에 지원 나온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의 (선거조작) 주장은 일반적인 거짓말을 넘어서는 것”이라며“트럼프가 오늘은 자신이 승리하면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결코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도 “선거결과를 수용하는 것은 모든 지도자의 첫 번째 의무”라고 비판에 나섰다. 그는 특히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단순히 격조 있는 하나의 의식을 넘어 바로 미국인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라며 자당 대선후보에게 일침을 가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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