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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스(FICS)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즘 영국·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용어 하나를 선보였다.
영문자로 FICS(픽스), fast industrializing countries의 약자다.
우리말로는 급성장 공업국군.
이른바 「닉스」(NICS=신흥공업국군) 이제 「신흥」이라는 말 대신 「급성장」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닉스」라는 용어는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1978년 『중진국 규제논』을 제기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그 무렵, 특히 프랑스와 영국은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브라질, 멕시코와 같은 나라들을 「닉스」로 지칭하면서 이들의 대 선진국 수출 증가를 규제하지 않으면 앞으로 중대한 위협을 받게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었다.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개발도상국들의 수출품이 섬유. 신발 등 경공업 제품에 국한 되었는데, 7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 중공업 제품으로 확대되면서 이런 주장이 나왔다.
사실 우리나라의 선박·철강제품 수출은 선진국의 중공업을 위협할 정도로 강세였다.
「닉스」이후 8년이 지난 오늘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다소 선망의 눈초리로 「닉스」가 「픽스」로 변한 것을 지켜보고 있다.
우선 1920년대만 해도 세계 제2의 국민소득국이었던 영국이 오늘.
세계 20위로 스크레이핑(깎아 내림)한 것을 개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서방 세계의 경제를 성장 템포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것도 재미있다.
첫째 유형은 엔고 이후 달러화 베이스로 급상승한 일본, 둘째 유형은 북미·서유럽·호주권, 세째 유형은 한국·대만·홍콩 등 「픽스」권, 네번째 유형은 아프리카권.
그중에서도 「픽스」권의 나라들은 섬유나 강철이 아니라 전자제품·자동차, 그 밖의 공업제품을 가지고 선진국들에 「독수」를 뻗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픽스」는 앞으로 컴퓨터·유부공학·광학제품들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서유럽 제국은 큰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그와같은 「급성장」은 오는 2023년이면 대만의 국민소득(1인당)을 미국수준으로 끌어올 릴 것이며, 2032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46년후면 한국 역시 미국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 잡지에 의해 무동을 서게된 우리나라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N」(닉스)에서 천신만고 끝에 「F」(픽스)로 기어오른 나라를 상대로 미국의 국회의장들은 007 가방을 들고 몰러와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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