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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층간흡연 막는다…간접흡연 피해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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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H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모(39·여)씨는 요즘 골치가 아프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아랫집에서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담배냄새 때문이다. 참다못한 이씨는 아랫집을 찾아 “밖에 나가 피워달라”고 얘기했더니 “내 집에서 피우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는 답이 돌아왔다. 이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창문을 닫고 지낸다.

층간소음 못지않게 아파트 주민 간 갈등 요인이 돼온 ‘층간 흡연’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이 추진된다. 간접 흡연 피해를 준 입주자가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실내 흡연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으면 이를 따라야 하는 게 골자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의 ‘공동주택 실내 간접흡연 피해방지 방안’을 마련해 내년 말까지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한다고 18일 밝혔다. 김종학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아파트 베란다·화장실 등에서의 흡연으로 다른 가구가 간접흡연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법 개정을 추진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년여간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된 간접흡연 민원은 688건으로 층간소음(508건)보다 많았다. 간접흡연 피해를 주는 장소로는 베란다·화장실 등 집 내부(55.2%)가 가장 많았다. 계단·복도·주차장 같은 건물 공용공간은 30.5%였다.

아파트 계단·복도 등 공용구역의 경우 지난달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베란다·화장실 등 세대 안 흡연은 사적 공간이란 이유로 ‘사각지대’처럼 남아있다.

권익위 등은 아파트 입주자가 다른 입주자에게 층간 간접흡연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도록 했다. 관리사무소 등 관리주체에는 입주자에게 실내 흡연 중단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일종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관리주체는 간접흡연 피해가 나오면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피해를 준 입주자는 층간 간접흡연을 중단하는 등 협조해야 한다.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서재식 권익위 제도개선총괄과장은 “아파트 실내 간접흡연에 대해 계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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