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글로컬] 매년 반복되는 제주 태풍 피해, 치수 대책 다시 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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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일
내셔널부 기자

국민안전처는 17일 제18호 태풍 차바(CHA BA)로 큰 피해를 입은 제주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지난 5일 차바가 제주를 할퀴고 간지 12일 만이다. 차바가 강타한 제주도에는 2300t의 쓰레기가 바다 위에 둥둥 떠다녔고, 집중호우로 각종 생활쓰레기와 나뭇가지 등이 해안가를 에워쌌다.

제주도민 2만여 명은 해변으로 밀려온 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지난 10~15일 1850t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차바로 인한 쓰레기 발생량의 80% 정도를 수거한 만큼 오는 22일이면 예전의 해안 모습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도민들이 겪은 고생은 이번 태풍 피해가 치수(治水) 대책 실패로 인한 인재(人災)였음을 똑똑히 보여준다. 2007년 태풍 ‘나리’ 이후 제주 전역의 저류지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했지만 이번에도 피해를 줄이지 못해서다. 나리 당시 제주에서는 13명이 목숨을 잃고 1000억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입었다. 이에 제주도는 950억원을 들여 한천과 병문천·산지천·독사천 등 제주 주요 하천 4곳에 총 163만㎥ 규모의 저류지 12곳을 조성했다. 한천에는 총 89만9000㎥ 용량의 저류지 2곳을 만들었지만 태풍 피해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병문천 제3저류지는 이번 태풍때 석축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해 7월 태풍 ‘찬홈’ 때도 붕괴됐던 곳이다. 물이 진행하는 방향·위치 등 기본 설계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제주도의 피해는 13일 현재 294억원에 달한다. 강풍에 감귤 하우스가 날아가고 정전으로 양식장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1차산업의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 분야별로는 수산양식시설 57억5800만원, 농림시설 51억9500만원, 축산시설 14억4600만원, 어선 4300만원 등의 피해를 봤다.

이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도내 하천 취약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도민들은 태풍 피해를 막을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풍의 길목에 있는 제주의 특성을 감안해 예보시스템을 강화하고 피해를 방지할 매뉴얼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류지나 하천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과 함께 농업재해보험가입을 독려할 방법을 찾는 것도 시급하다.

최충일 내셔널부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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