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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박지수 뽑았다” 큰 절 올린 안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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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큰 절 올리겠습니다.”

농구 박상관, 배구 이수경의 딸
16세 때 성인 국가대표 센터 맡아
14% 확률 잡아 지명권 얻은 KB
지난해 3위서 우승 후보 떠올라

여자프로농구 청주 KB 스타즈 안덕수(42) 감독은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으로 만세를 부르더니 농구 관계자들을 향해 넙죽 엎드렸다. 17일 서울 더 케이 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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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관계자들을 향해 큰 절을 올리는 KB 스타즈 안덕수 감독. 안 감독은 “오늘이 태어나서 가장 기쁜 날이다. 한국 여자농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박지수를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위 KB 스타즈는 박지수를 뽑으면서 올시즌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뉴시스]

올해 여자농구 신인 드래프트는 지난 시즌 성적 역순으로 진행됐다. 6위팀은 구슬 6개, 5위팀은 5개, 4위팀은 4개, 3위팀은 3개, 1위팀은 1개 등 총 21개 구슬을 넣어 추첨하는 방식이었다. 전체 1순위 지명권 추첨에서 3위 KB 스타즈의 검정색 구슬이 나왔다. 14.3%(총 구슬 21개 중 3개)의 확률을 잡은 안 감독은 “태어나서 가장 기쁜 날이다. 오늘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한 뒤 박지수(18·분당경영고)를 호명했다.

안 감독은 이날 정장은 물론 셔츠·넥타이·구두·양말까지 모두 새 것을 착용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박지수를 뽑겠다는 바람에서였다. KB 스타즈는 박지수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사전제작해 행사장에 가져오는 공도 들였다. 박지수는 “내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보니 ‘KB 스타즈가 운명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국내 여자프로농구 판도를 흔드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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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KB 스타즈에 뽑힌 대형 센터 박지수(왼쪽)가 농구선수 출신 아버지 박상관 씨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 정시종 기자]

1998년 농구 선수 출신 박상관(47)과 배구 선수 출신 이수경(48)씨 사이에서 태어난 박지수는 ‘한국여자농구의 보물’로 불린다. 키 1m95cm인 그는 고교 1학년 때인 2014년 7월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만 15세 7개월로 한국여자농구 대표팀 사상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올해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는 주전센터로 활약했다. 최근 유럽팀으로부터 입단 제의도 받았다. 박지수는 1967년 체코 세계선수권 준우승 주역 박신자(75· 1m76cm),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박찬숙(57·1m88cm),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위를 이끈 정은순(45·185cm)에 이어 한국여자농구 센터의 계보를 이을 선수로 평가받는다. 농구인들은 “이종현(22·고려대)이 앞으로 10년 간 한국 남자농구를 책임진다면 박지수는 15년을 책임질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여자프로농구 6개팀 가운데 이제까지 유일하게 우승을 하지 못한 KB 스타즈는 박지수의 영입으로 우리은행의 통합 5연패를 저지할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변연하(36)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국가대표 슈터 강아정(27)이 건재하고, 박지수가 가세했다.

나이가 어리기에 아직 미완의 대기란 평가도 있다. 박찬숙은 “고교 시절 경기를 봤는데 지수가 골밑에서 몸싸움을 피해 밖으로 도는 경향이 있더라. 속이 상해 경기 도중 나와버렸다”며 “나는 상대팀 3명이 샌드위치처럼 둘러싸면서 막아도 골밑을 꿋꿋이 지켰다. 센터는 골밑에서 몸싸움을 주저하지 않고 상대에 무섭다는걸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은순 KBS N해설위원은 “1990년 신인 시절 나는 너무 긴장해 골밑슛도 제대로 못 넣었다. 과도한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여자농구 대들보로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대한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덕수 감독은 “한국 여자농구계에 오랜 만에 등장한 최고의 선수다. 한국 여자농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훌륭하게 키우겠다”고 말했다. 박지수는 “KB스타즈 우승의 주축이 되고 싶다. 언젠가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하고 싶다”고 밝혔다.

글=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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