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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 아닌데 아랫배 통증, 3~6개월 지속 땐 만성골반통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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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엽 교수가 20대 환자에게 “만성골반통을 방치하면 임신·출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리랜서 박건상

아랫배가 찌르듯 아프면 여성은 대부분 생리통을 떠올린다. 생리가 끝난 직후이거나 시작되기 한참 전인데도 이 증상이 있다면 만성골반통일 가능성이 크다. 만성골반통 분야 전문가인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및 분당차여성병원 산부인과 허주엽 교수에게서 이 질병의 원인, 증상, 치료법 등을 들었다.

차병원·차움과 함께하는 건강관리

"주요 원인은 자궁내막증 허리·골반·다리까지 통증 20, 30대 환자 증가세"

전복순(66·여)씨는 몇 해 전까지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하복부 통증이 심해 외출할 때는 물론 집에서도 지팡이에 몸을 의지했다. 여러 병원에 다녔으나 뚜렷한 원인은 알 수 없었고, 통증 치료를 해도 금세 재발했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은 어렵고 서 있을 힘조차 없어 늘 고통스러웠다.

통증·발병 부위 다를 수 있어 주의
그런데 만성골반통 진단·수술을 받은 뒤 건강을 되찾았다. 요즘은 20대처럼 뛰어도 통증이 없다. 만성골반통 환우회 회장을 맡고있는 그는 “온라인 카페에 만성골반통인 것 같다며 문의하는 글만 한 달에 150여 건 올 라올 정도로 많은 여성이 궁금해 하는 병”이라고 말했다.
  만성골반통은 미국에서 2004년 정식 병명으로 인정한 질환이다. 증상과 원인이 다양해 질병으로 정의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허 교수는 “생리와 관계없이 비주기적으로 골반·아랫배·허리·엉덩이 부위에 3~6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돼 일상생활이 어려울 때 이 통증을 만성골반통이라고 정의하고 치료를 권한다. 부인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약 20%가 만성골반통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40~50대 환자가 많았지만 요즘은 직장과 이성 관계 스트레스로 20대 미혼 여성 환자가 많아졌다. 통증이 있어도 생활에 큰 영향이 없다면 병원을 방문할 필요는 없다. 잦은 조퇴와 결근으로 직장생활이 어렵고 가정생활도 유지하기 힘들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자궁내막증이 가장 많다. 자궁 내막 조직이 자궁 밖에서 자라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극심한 월경통을 유발한다. 허 교수는 “만성골반통 진단을 위해 복강경 검사를 한 여성의 15~40%에서 자궁내막증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골반울혈증후군, 골반이나 복부 수술 뒤 나타나는 골반 유착 등도 만성 골반통을 일으킨다. 소화기·비뇨기·근골격계 및 정신건강 질환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스트레스는 신경과 면역계를 망가뜨리고 여러 가지 부정적인 신체·정신적 증상을 일으킨다. 허 교수는 “통증 치료를 위해 수술하다 보면 여러 원인 질환이 동시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통증은 아랫배와 허리, 골반 부위에 집중되지만 다리까지 오기도 한다. 골반쪽 신경이 대퇴부를 거쳐 다리·종아리로까지 내려오기 때문이다. 이 정도가 되면 통증이 매우 심해져 걷는 것조차 힘들다. 만성골반통을 의심할 때 주의할 점은 아픈 부위와 발병 부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속 내장 부위는 신경이 적게 분포돼 피부 같은 곳보다 덜 민감하다. 통증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골반과 상관없는 피부 표면에서 통증이 느껴질 수도 있어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약물요법, 수술, 정신과 상담 병행
진단은 문진·혈액검사·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병원에 방문하면 증상 형태와 강도, 과거·현재 병력, 임신·출산과 월경 기록,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대해 검사한다. 부인과 진찰도 한다. 허 교수는 “전문가들은 직접 나팔관·난소 등을 만져보고 통증이 구체적으로 어느 부위에서 생기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며 “이 과정이 쉽지 않아 경험 많은 의료진을 찾아야 오진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초음파 검사는 처음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정밀검사다. 자궁·난소·나팔관·혈관 같은 골반 내의 이상 여부와 자궁근육의 모양·수축 등을 관찰하고 판별한다. 추가로 혈관CT와 MRI를 찍기도 한다.
  만성골반통 진단을 받으면 약물요법과 함께 자궁적출술, 난소·난관 절제술 등 외과적 방법으로 치료한다.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도 많아 저용량의 항우울제·항불안제
를 복용하고 정신과 상담 치료도 병행한다. 원인 질환으로 자궁내막증이 의심되면 복강경을 통해 조직검사를 한다. 부분적으로 절제하거나 태워 없앨 수 있다. 장기가 유착돼 있으면 떼어낸다.
  보통은 수술 후 5~6일 정도 병원에 머무르면서 약물치료, 면역주사, 호르몬 억제 치료 등을 한다.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통증이 사라진다. 허 교수는 “보통 암이나 염증, 퇴행성 변화 등 눈에 보이는 질병에 더 큰 관심을 두지만 부정맥이나 만성골반통처럼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 또한 큰 질병”이라며 “만성골반통은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평소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만성 골반통 자가진단표
아래 증상 중 세 가지 이상이면 만성골반통의심(*표시 항목 중 두 가지 이상 포함).
□ 등·골반 통증 6개월 이상 지속*
□ 골반염으로 여러 차례 치료받음*
□ 부부관계 통증으로 잠자리 피함*
□ 여러 검사 결과 특별한 병 없음*
□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 있음*
□ 소변 시 통증 혹은 심한 생리통·냉
□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자주 우울함
□ 자궁적출술을 받았으나 통증 지속
□ 자궁내막증·자궁선근증 진단 경험
□ 불임수술 경험, 생활 지장 주는 만성병
자료: 차병원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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