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의 일장춘몽…9천만불 회수 막연|인니 서 마두라 유전 개발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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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결국 9천만 달러의 거액을 남태평양 바다에 쏟아 넣고 인도네시아 서 마두라 유전의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나게 생겼다.
처음부터 된다, 안된다는 논란이 많았는데 총 1억2천6백만 달러를 투자, 1년 이상 조업해 본 결과 끌면 끌수록 손해만 날 것이라는 전문 용역 회사 (미 버틀러 사)의 최종 판단에 따라 추가개발 포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사업을 추진한 코데코 에너지사(대표 최계월)는 하루 1만∼1만5천 배럴의 원유를 생산·공급할 수 있다며 성공 불조건으로 수출입 은행 등에서 자금을 끌어썼는데 「무모한 도전」이었음이 드러난 셈이고 돈을 대준 은행과 정부만 적지 않은 손실을 보게되었다.
그 동안 마두라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는 모두 1백65만8천 배럴. 그 중 지난해 12월23일엔 여수항에 처음으로 40만 배럴을 갖고 들어와 어지간히 「산유국에의 꿈」을 부풀리는 홍보를 펴기도 했었다.
그 꿈이 이제는 남태평양의 파도 속에 잠겨들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총 투자 1억2천5백99만 달러 중 원유 판매로 회수한 것은 약 3천만 달러 뿐이고 나머지의 회수는 막연한 실정이다.
마두라 유전의 존폐 위기 얘기는 지난 1월께부터 였다.
하루최고 1만8천2백29 배럴까지 생산되던 제1유전이 유전 공학적인 연구 없이 초기단계에서 너무 많이 뽑아 올림으로써 내부 자연압력의 일시 하강으로 원유 생산량은 급속히 떨어졌다.
처음엔 하루 1만1천2백 배럴도 생산했었으나 차츰 줄어 85년11월 중순 8천 배럴로, 올 들어서는 2천∼3천 배럴로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하루 7천 배럴 정도는 되어야 경제성이 맞는데 유전 개발 경험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이 화를 자초했다고 풀이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85년 배럴당 27달러 선이었던 국제 원유 값도 올들어 13∼15달러로 폭락했다.
그런데도 동자부는 올 3월까지도 펌프 시설로 인공압력을 넣으면 하루 7천∼8천 배럴의 원유생산은 문제없다고 장담했다.
그러다 뒤늦게 지난 6월에야 마두라 유전에 대한 경제성 조사용역을 미 버틀러 사에 맡겼다.
우리 나라의 마두라 유전 개발 참여는 81년 1월28일 인도네시아에서 양국이 합의서를 조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우리가 개발하게된 제1유전은 이미 지난 77년 미 시티서비스 사가 39개공을 시추, 4개공에서 유전을 발견했지만 개발 가치가 없다고 판단, 79년 철수한 곳이었다.
또 코데코사의 참여과정에서도 당시 정부 내 고위층 인사가 동자부에 사업을 적극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동자부가 실무팀을 현지에 파견, 조사한 결과 경제성이 없어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바있었다.
코데코 에너지의 대표 최 사장은 63년 남방개발을 설립, 인도네시아에서 원목 사업을 해오면서 알게된 「베니·무르다니」통합 군사령관을 통해 마두라 건을 수의 계약키로 언질을 받은 뒤 정부에 지원 요청을 해 마두라 유전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현재 서울에 머무르고있는 최 사장은 『한 가지 잘 못했다 해서 다른 것조차 믿어주지 않는다』며 『앞으로 개발할 가스전은 지금까지 마두라에 들인 투자액을 모두 회수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 버틀러 사의 평가는 책임을 의식해 모든 것을 최대한 신중히 계산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자부는 현재 추정 매장량 2천6백억입방 피트로 20년간 생산할 수 있는 가스전을 개발, 부근 그레식 공업 단지의 화력 발전소에 공급키로 인도네시아 정부와 합의를 보았다고 밝혔다.
공급물량은 88년부터 초기 2년간은 하루 4천만입방 피트, 그후에는 8천만입방 피트씩이며 가격은 1천입방 피트 당 3달러의 좋은 조건이라는 것. 그러나 가스전 개발에는 새로 한-인니 두 나라에서 4천만 달러씩 8천만 달러를 투입해야하는데 성공 여부 역시 미지수다.
지금까지 마두라 유전 개발에 든 돈은 우리측 코데코사의 1억2천5백99만7천 달러와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 회사인 페르타미나사의 3천6백87만8천 달러 등 모두 1억6천2백87만5천달 러.
코데코 투자액 중 정부 융자분이 6천2백만 달러다. 정부융자는 수출입 은행이 4천2백만달러, 석유 개발 기금 2천만 달러로 성공 불조건이다. 성공불이란 실패하면 갚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거액을 물린 수출입 은행의 경우 원금만 4천2백만 달러로 8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조건이어서 현재 원리금은 5천4백만 달러에 이른다.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때는 정부에서 뒷받침해준다는 조건이므로 은행측의 실질적인 손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자부는 앞으로 가스전 개발에는 석유 개발 공사가 사업에 직접 참여, 투자지분을 확보하여 투자와 이익을 나누어가지도록 할 예정.
이에 따라 유개공은 코데코와 공동 사업자인 동시에 투자기금 관리자로서 서 마두라 개발에 관한 모든 업무를 관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곧 경제 장관 협의회를 거쳐 확정하게 된다. <배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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