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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외교관 “송 전 장관, 당시 노 정부와 거리두기 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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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졌음이 이번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통해 드러났다.

2007년 대선 직전 MB 승리 분위기
김만복은 지난 총선 새누리 입당

노무현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3년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실시된 표결에 불참했다. 2004년엔 표결에 참여했으나 기권했다. 유엔총회에서 이 문제가 처음으로 다뤄진 2005년에도 정부는 기권했지만 2006년엔 찬성했다. 그해 10월 9일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해 국내 여론이 악화된 탓에 노무현 정부도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다시 통일부와 국정원 주도로 유엔 인권결의안에 반대하려 하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반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물밑에서 외교안보 라인이 갈등을 벌인 것은 노무현 정부의 레임덕 현상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이 이뤄진 2007년 11월 20일은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승리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송 전 장관은 장관 입각 전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근무할 때는 ‘미국이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라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던 사람”이라며 “그런 송 전 장관이 인권결의안 표결을 놓고 국정원이나 통일부와 각을 세웠던 건 노무현 정부와 거리를 두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외교안보 라인에선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외에 뚝심이 강해 ‘돌쇠’로 불렸던 김만복 전 원장까지 이명박 후보 진영에 선을 대려 했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전 원장은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입당했다가 출당조치 당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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