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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월가 강연록 공개…트럼프 바라던 폭발력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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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대선의 막판 변수로 일컬어지던 ‘힐러리의 월가 강연록’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의해 15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위키리크스 폭로한 ‘대선 막판 변수’
국무장관 사임 뒤 거액 받고 강연
‘월가 편드는 말 많을 것’ 예상 깨고
“평소 힐러리 주장과 큰 차이 없어”
트럼프, 성추행 주장 여성 더 늘어
지지율은 클린턴과 4%P차로 줄어

도널드 트럼프 진영에선 “클린턴이 월가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의 강연료를 받고 여러차례 강연하면서 ‘월가 개혁’이란 공약과는 달리 월가의 입맛에 맞는 발언들을 쏟아냈을 것”이라며 강연록 내용 공개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클린턴의 이중성’을 선거 막판에 부각시키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예상은 어긋났다.

CNN은 “이번에 폭로된 강연 내용이 클린턴의 공개발언들과 비교해 직설적인 표현이 있기는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클린턴은 국무장관을 사임한 뒤인 2013년 6월부터 10월까지 세차례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에서 금융규제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다만 “자신의 지역구에서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사업체가 문을 닫는데 모든 언론이 월가의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상황에서 선출직 의원이 한가롭게 있거나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 월가에 대한 규제강화는 ‘정치적인 이유’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논란을 불러 올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 만들어진 금융개혁법안 ‘도드-프랭크법’에 대한 월가의 반발을 무마시키면서 “소비자 보호란 관점보다는 표를 의식한 정치적 이유를 강조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세 번의 강연에서 67만5000달러(약 7억 6000만원)을 받았다.

위키리크스는 클린턴 대선캠프의 존 포데스타 선대본부장의 이메일을 해킹하면서 클린턴 후보의 강연록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클린턴 진영은 이메일 해킹이 트럼프를 도우려는 러시아의 소행이라며 “이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사임케 한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견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추문 의혹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를 향해 “나도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이 줄을 잇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9년 전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케시 헬런(63)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헬러는 1997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 저택 클럽 ‘마라라고’에서 열린 ‘어머니의 날’ 브런치에 가족과 함께 갔다 “트럼프가 갑자기 나를 붙잡고 키스하려 해 고개를 돌렸지만 트럼프가 강제로 키스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측은 “공공장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미 언론들은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에 의한 성추행 피해사실을 공개한 여성이 헬러를 포함 9명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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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까지 3주일 남은 현재 클린턴이 트럼프에 앞서 있지만 지지율 격차는 4%포인트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 보도했다. WP와 A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무소속후보 2명을 포함한 4자 대결에선 클린턴 47%, 트럼프 43%로 나타났고 양자대결에선 50%대 44%로 집계됐다. 또 15일 발표된 LA타임스의 조사에선 두 후보가 44%로 같았고, 14일 라스무센의 발표에선 41%대 43%로 오히려 트럼프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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