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벨상을 받는 로큰롤 스타가 될 줄은 몰랐어.”
영화 ‘하트 오브 화이어(Hearts of Fireㆍ1987)’에서 이 대사를 했을 때 밥 딜런(75)은 알았을까. 그가 그로부터 30여년 뒤에 노벨문학상을 거머쥐는 첫 대중가수가 되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밥 딜런 음악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귀로 듣는 시’답게 음악 차트였다. “미국의 전통 음악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는 선정 이유를 가장 충실히 반영하는 ‘녹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와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등 과거 히트곡이 대거 멜론ㆍ네이버뮤직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해외 톱 100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던 지라 그를 새롭게 알게 된 팬들이 폭넓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 있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출시된 37번째 정규앨범 ‘폴린 에인절(Fallen Angel)’에서는 스탠더드 팝의 명곡 12곡을 딜런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 다음달에는 1966년의 모든 라이브 실황을 담은 무려 36장의 CD 박스셋이 미국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노벨상 특수'를 기대했던 국내 출판계에서는 의외의 수상으로 다소 안타까워 하는 분위기지만, 시장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밥 딜런 자서전『바람만이 아는 대답』은 14일 오전 중 200~300부 가량 되던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 출판사 문학세계사의 김요안 기획실장은 “2005년 출간돼 11년 동안 6000~7000부 정도 팔렸는데 오늘 1만부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국내 출간된 도서는『바람만이…』가 유일하다 보니 딜런의 다른 책들도 보고 싶다는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특히 가사집『The Lyrics: 1961~2012』개정판은 출간도 전에 예약판매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출판사 시몬&슈스터는 보도자료를 통해 “당초 11월 8일 출간 계획이었으나 팬들의 호응이 뜨거워 1일로 계획을 앞당겼다”고 밝혔다. 2014년 출간된 초판은 960쪽 하드커버로 299달러였고, 새로 출간되는 개정판은 688쪽으로 가격은 60달러다.
이와 더불어 밥 딜런의 60년대를 재조명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노 디렉션 홈(No Direction Home)’도 개봉 10주년을 맞아 28일 출시돼 보는 즐거움을 더할 예정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