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향토색 물씬한 신명의 마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민족의 생활 정서와 예술적 감각이 잘 살아있는 민속예술을 발굴, 전승하기 위해 열리는 전국 민속예술 경연대회는 올해도 20개종목이 저마다의 향토적 색채를 지닌 민속을 펼쳐 보임으로써 민속예술 발굴에 큰 성과를 올렸다.
이번 민속경연 대회의 특징은 민요 부문의 참가가 많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상을 받은 강화용 두레질 노래를 비롯하여 가거도 멸치잡이 소리 등 9개의 민요가 선보였다. 전체 20개 종목 중 민요 9개·민속놀이 5개· 민속극 3개·농악2개· 무용1개 종목이 나와 민요가 그 절반을 차지했다.
심사위원 임동권씨는 민요가 많이 출연한 것은 민요가 민속놀이보다 발굴 여지가 많고 민속놀이가 많은 출연진을 동원해야하는데 비해 민요는 선소리를 잘하는 몇 사람이 확보되면 적은 인원으로 쉽게 출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잇점이 있기 때문으로 보았다.
대통령상을 받은 강화용 두레질소리는 큰 수확으로 지적되었다. 8개의 민요를 제한된 15분의 시간 속에 변화 있게 불러 관중을 즐겁게 했고, 모심기노래가 최근까지 잘 이어진데 비해 물을 푸는 용두레 노래는 잘 이어지지 못했는데, 이번에 그 원형이 한마을 63명 출연진에 의해 재현되었다. 특히 노동과 노래가 조화 있게 연결된 것이 눈에 띄었다는 평이 나왔다.
국무총리 상을 받은 충남의 저산팔읍 길쌈놀이는 그 지방이 모시의 생산지로 8개 읍이 모시 짜기 경연을 벌여 우수한 모시를 생산하려고 했던 민속을 재현한 것으로 노동과 놀이를 적절히 조화시킨 것이었다.
민요부문에서 전남 가거도 멸치잡이 소리는 외딴 섬에서 오랫동안 전승되어온 민요가 처음으로 소개되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으나 연출이 미흡하여 재미를 주지 못한 것이 흠이었다.
다천사 작법과 평산지경닦기 소놀음 및 작두그네뛰기는 승려 10명과 무녀가 나와 아마추어 경지를 벗어난 연기를 보였다.
아마추어 경지를 넘어섰다는 문제 때문에 논란이 있었고 결국 개인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으나 다천사작법은 무형문화재 지정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전체적으로 이번 민속경연 대회의 수준은 눈에 띄게 수준이 낮은 작품 없이 일정한 수준을 지켰다. 또 현지 지도자들이 민속예술의 개념을 파악하여 고증에 힘쓰고 원형을 지키려고 했다.
문제점으로 지적하자면 그러한 노력가운데도 지역의 순수함과 소박함을 잘 지켜내지 못하고 재미를 주려는 기존의 딴 민속의 모방과 외면의 시각적 화려함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전국 민속경연 대회는 올해로 27회 째가 되어 그 동안 많은 민속예술을 발굴해냈다.
그러나 전국적인 민속 축제로서의 규모를 갖지 못하고 문화· 예술 관계자들의 관심도크지 않다. 상금도 최고상인 대통령상이 7년째 5백만 원으로 묶여 있다.
한바탕 국민모두의 신명의장으로 대회가 격상되어야한다. <천안=최재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