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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투자와 공명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공기업의 효율은 직접적으로 전 산업의 효율과 연관된다. 공기업의 투자와 경영은 그래서 언제나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된다. 더더구나 그것은 직·간접의 국민부담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의 공기업은 오래 전부터 경영효율은 낮고 자원낭비가 심하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럴 때마다 정부와 공기업들은 이른바 경영개선책을 내놓았다. 법도 바꾸어 보고 제도도 고쳐 봤으며 갖가지 경영쇄신 방안을 만들고 실천도 해 왔다. 그래서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도 받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평가할 때 우리의 공공기업들은 아직도 민간에 비해 효율이 낮고, 경영이 방만하며, 자원낭비가 심한 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도 이 같은 일반국민의 평가가 크게 빗나가 있지 않음을 반증하는 자료일 것이다.
공기업의 투자형태를 분석한 이보고서는 여전히 정부투자기관들이 투자효율을 살리지 못하고 과잉투자를 하는 사례가 많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 같은 과잉투자와 낮은 투자효율이 경영자들의 재임기간 중에 대형공사를 발주하려는 성향과 투자사업에 대한 경제성 분석의 미흡에서 주로 비롯된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물론 우리는 이 같은 지적 없이도 그런 허점의 개연성을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다만 우리는 그간의 갖가지 경영쇄신대책들이 정부투자기관의 근본적인 경영개선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따름이다.
정부는 작년에 정부투자기관 관리기 본법까지 만들고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집행과 의결기구를 분리하는 새 제도까지 도입했다. 경영관리에 대한 실적을 평가하는 시스템까지 정비하고 책임경영을 크게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제도적 개선에 힘입어 국영업체의 작년 수지가 약간의 개선을 이룩한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국영기업의 장기적 경영정상화는 기존의 낭비요소를 줄이는 일 못지 않게 장래의 경영요소 합리화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제 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이점에서 보면 경영자의 한 건 주의나 공명심은 철저히 배제돼야 하며 더더구나 투자사업의 경제성과 타당성 분석은 더욱 정밀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경영을 앞세워 놓고 관료주의적, 또는 비경제적 간섭과 통제를 지속하는 사례도 없어져야 하지만일을 벌이기 위한 투자, 자리유지를 위한 투자도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같은 간섭과 공명심이라는 사적 동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투자사업의 경제성은 객관적으로 분석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누적된 과잉투자와 효율의 저하는 피할 수 없게 되고 그것은 곧 전 산업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여 종국에는 국민부담까지 증대시키고 말 것이다.
정부는 공기업에 대한 간섭 아닌 관리와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함으로써 귀중한 재원의 낭비를 막고 책임경영체제를 명실공히 확립할 책임과 필요성에 직면해 있음을 특히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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