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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의 방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일성의 이번 모스크바 방문은 84년 5월 이후 2년 반만의 방 소다. 당시 크렘린 지도자는「체르넨코」였다.
그때 23년만에 처음으로 소련을 방문한 김일성은 4일간 머무르면서「체르넨코」와 3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후 평양-모스크바 관계는 급진전됐다. 각료 급의 상호방문이 빈번했고 각종 축하사절단의 교류도 많았다.
특히 소련에서는 함대와 비행단으로 구성된 친선 방문단을 보내 북한의 8·15행사를 경축했고, 북한상공에서 축하비행을 벌이기도 했다.
소련이 미그-23기 50대를 포함하여 각종 신 장비를 북한에 제공하고 북한이 소련함대의 북한항구 기항 권, 소련군용기의 북한상공 통과 권을 부여한 것도 김일성 방 소 이후의 일이다. 평양이 6·25 남침을 도발한 것도 49년 김일성의 모스크바 방문 및「스탈린」과의 정상회담직후의 일이었다.
이처럼 김일성의 외유는 항상 국제적 긴장과 민족적 비극을 몰고 왔다. 이번 김일성의 방 소에 대해우리가 일말의 우려를 가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김일성은 이번 방 소를 통해「고르바초프」와 것 대면을 갖게 된다. 지방사이에 흔히 있는 관례이기는 하지만 시기가 미소정상회담 결렬직후이고「고르바초프」가 적극적인 아시아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때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시하게 된다.
북한과 소련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최대의 관심사는 워싱턴-동경-서울-북경의 남방 연합전선의 결성이다.
미·중·일간에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정치·외교적 관계가 이루어졌고 경제적으로도 밀착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중공이 자본주의 요소를 대폭적으로 수용하는 경제발전계획을 가지고 미국·일본의 협력 하에 근대화를 추진해 나가는데 대해 북한과 소련의 불만은 크다.
그러나 최대의 관심사는 역시 군사 분야다. 최근 미국의 국방장관「와인버거」의 북경방문은 평양과 모스크바 모두에 충격을 주었다.
미국과 중공사이엔 함대의 상호방문계획이 결정돼 있고 미국은 중공에 각종의 신형 통신장비와 재래식 군사기술도 제공하고 있다.
한국과 중공의 관계발전에 대해서는 그 동안 북한이 끈질기게 질시, 방해해 왔다. 특히 북한이 불참한 이번 아시안게임에 중공이 참가하여 서울·북경사이의 관계가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사실에 대해 북한이 몹시 불쾌히 여기고 있다.
이번 김일성의 방 소는 미국·중공을 잇는 남방전선 발전에 대한 북방전선의 전략회의라는 의미를 지닌다.
「고르바초프」아시아정책의 거점은 북한과 월남이다.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전략 선을 구축하여 중공을 미국·일본과 차단하려는 것이다.
소련의 중심은 물론 우랄산맥 서쪽의 유럽 러시아다. 이 곳은 소련전체 면적의 20%밖에 안되나 인구는 80%다. 반면에 우랄 이동의 아시아 러시아(시베리아) 는 80%의 면적에 인구는 20%다.
새로운 아시아-태평양시대를 예견하면서 이 불균형을 시정하여 동아시아 방면의 세력을 강화하려는 것이「고르바초프」아시아전략의 핵심이다.
이번 김일성-「고르바초프」회담에서는 이 같은 소련의 대 야망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그에 따른 대응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은 북한에 대한 소련의 군사·경제·외교지원의 강화로 나타날 것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우리의 분단을 더욱 원심 화 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남북대화의 재개를 통한 남-북의 접근과 화해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케 된다. 남-북 지도자들의 구심적대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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