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의 도발자"…한·미 군사훈련 극렬 비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 11일자

중국 관영매체가 한·미 군사훈련을 강하게 비난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11일 "10월10일, 미국과 한국이 한반도의 도발자"란 사설을 통해 10일 시작된 한미 '불굴의 의지' 연합훈련을 북한의 핵실험 못지 않은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핵개발은 잘못된 길"이라며 유감을 표시하고 이와 동시에 한국과 미국의 실전에 가까운 군사훈련이 북한의 핵개발을 자초했다는 양비론을 펼쳤다.

다음은 이날 사설 전문.

10월10일, 미국과 한국이 한반도의 도발자다

한·미 2016 '불굴의 의지' 연합 군사훈련이 10일 사상 최대 규모로 시작됐다. 한국 주변 서·남·동해 전역이 작전지대다. 미국 핵항모 레이건함이 참가했다. 심지어 훈련 항목에는 육상 핵심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 실시도 포함됐다.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서울에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있을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월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이다. 한미 언론은 최근 북한 핵실험장 및 미사일 발사장에 대량 인원과 차량 활동이 포착된다며 10일 전후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 행동이 예측된다고 잇달아 보도했다.

10일 밤까지 북한은 평온하다. 만일 북한이 진정 새로운 핵실험이나 새로운 전략미사일 발사를 했거나 이런 준비를 했다면 이는 확실한 도발이다. 하지만 문제는 밖에서는 여전히 북한의 새로운 도발 진행은 연구 판단할 때 한·미의 엄중한 도발활동이 이미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의심할 바 없이 적어도 10월10일 이날은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도발 태세를 더욱 주도했다.

북한이 일련의 핵무기와 핵 전략미사일 도발행동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평양은 자기의 이러한 도발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동시에 지적해야 할 점은 한국과 미국의 도발활동이 북한과 비교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불굴의 의지' 연합군사훈련을 올해 최대 규모로 진행하는 것은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새로운 핵실험을 감행하는 것과 같은 성질이다.

한반도 긴장상황은 한쪽 손만으로 소리가 나지 않는다. 서울과 워싱턴은 평양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긴장 고조에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다. 단지 그들은 모든 서방 여론 시스템의 지지를 받아, 북한에 일방적인 '도발의 표준'을 제시하는 화어권(話語權, 발언권)을 장악했다. 게다가 그들 자신의 모든 행위를 합리화한다. 도덕상 깨끗하다고 덧붙인다.

한·미는 해마다 연합훈련을 진행한다. 최근 연합훈련은 갈수록 실전에 가깝다. 북한정권에 엄중한 위협이다. 레이건함에는 80여 대의 전투기가 탑재됐다. 그 작전 능력은 북한 전체 공군력을 능가한다. 이런 군사연습에 평양이 얼마나 긴장할 지 알 수 있다. 북한은 역으로 자기의 '살수간(殺手?·싸울 때 불시에 창을 던지는 공격, 비장의 카드)'을 만들었다. 이것이 다시 한·미를 자극한다. 이런 악순환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

평양이 핵을 보유해 자기를 지키는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은 무척 유감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공동의 주장이자 목표다. 하지만 레이건 핵항모가 뛰어든 시위는 옳은가? 한·미는 스스로 북한을 위협할 수 있겠지만 서울은 평양의 핵무기가 위협용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레이건함을 이용해 평양에 진주할 수 있다는 것은 망상이다. 북한과 민족이 같은 한국인은 어찌 38선 북쪽의 사람들이 38선 남쪽 사람보다 더 쉽게 겁먹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북한은 상대적으로 약소하다. 한·미는 강대하다. 이런 첨예한 대치에서 강한 일방이 왜 100% 도리를 갖는단 말인가? 한·미는 완전히 자아중심이다. 그들이 하는 것은 모두 옳다. 북한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그들은 현재 사드 배치를 강행한다. 근본적으로 중국의 반대 목소리를 듣지 않고 막무가내다.

만일 한·미가 절대적인 통제력이 있다면 자기와 진리가 같다는 등호를 붙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이 한반도 및 주변 모두를 통제하지 못한다. 그들은 부득불 남의 이익과 주장이란 게임에 빠져들었다.

한국과 북한은 실로 한 밧줄에 묶인 메뚜기다. 서울이 만일 미국이란 세력가에 빌붙어 평안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현재 한반도에서 작은 의외의 불씨로 거대한 화약통이 폭발하는 순간 북한이 '죽기살기식 필사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때 한국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한국의 역량은 강하지 않다. 한반도 국세 대문 위의 빗장이다. 대문을 여는 역할을 할 수 도 있다. 또 대문을 걸어잠그는 힘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