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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가을바람 막아주는 캐시미어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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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연수가 입은 블루 컬러의 양면 숄은 체크 패턴을 강조한 LBL의 캐시미어 혼방 제품. 몸에 꼭 맞는 하의와 잘 어울린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찬바람에 보들보들하고 포근한 캐시미어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질 좋고 멋스러운 캐시미어 아이템은 모든 여성의 로망이다. 가격이 많이 내린 데다 디자인도 다양해
지고 품목도 많아져 여심을 자극하고 있다. 큼직한 캐시미어 망토와 롱 드레스, 트레이닝 팬츠 등이 눈에 띈다. 아동용과 남성용 제품도 많이 나왔다.

디자인·품목 다양화

중국·몽골서 원사 대량생산
국내 제품 가격 크게 떨어져
크롭·트레이닝 팬츠도 선봬

지난달 시작한 JTBC 드라마 ‘판타스틱’ 5회에는 여배우 김현주가 흰색 캐시미어 벨트 원피스를 입고 나와 화제가 됐다. 고화질 TV화면 너머까지 느껴지는 매끄러운 질감에 많은 네티즌이 ‘고급스럽다’ ‘예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8월 여배우 오연수는 중간 길이의 회색 캐시미어 카디건에 짙은 와인색 파우치를 든 실용적인 공항패션을 선보였다. 캐시미어 카디건 하나로 실용성과 패션을 모두 잡았다.

유행 덜 타는 ‘슬로 패션’으로 인기
캐시미어는 니트 원단 중에서 최고급에 속한다. 인도 카슈미르 지방의 이름을 따와 ‘캐시미어’라고 지었다. 대부분 중국과 몽골 지역 ‘캐시미어 염소’의 솜털로 만든다. 건조한 몽골 고원지대는 겨울 평균기온이 영하 40도로 매우 춥다. 염소의 거친 털들 사이로 얇고 보드라운 캐시미어 솜털이 자란다. 부드럽고 가볍지만 매우 따뜻해 보온성이 양모의 3~8배나 된다. 빗질해 모은 털만 쓰기 때문에 채취량이 매우 적다. 스웨터 한 벌에 평균 300g이 필요한데, 염소 한 마리당 연간 150g 정도만 생산할 수 있어 소재 자체가 귀하다.

예전엔 중국·몽골에서 생산한 캐시미어를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원사로 제작하고 의류 등을 만들어 가격이 높았다. ‘Made in Italy’ 마크가 이렇게 탄생했다. 이탈리아 명품 ‘로로피아나’ 캐시미어 코트 한 벌이 500만원을 호가한다. 최근엔 중국과 몽골 현지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며 캐시미어 제품의 가격대가 확 내려갔다. 이 덕에 그동안 국내에는 없던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가 생겼고, 기존 브랜드도 더 많은 캐시미어 아이템을 내놓고 있다.

캐시미어 의류는 원래 유행을 잘 타지 않는 ‘슬로 패션’ 아이템이다. 올해 캐시미어 패션은 예전에 비해 다양해진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브랜드마다 고유의 특성을 살리는 제품을 내놨다. 일터나 모임에서 입을 수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부터 여행할 때 입어도 좋을 얇고 편한 디자인, 보온을 강조한 실용적인 디자인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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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말로’의 캐시미어 머플러.

캐시미어 소재의 특성을 한껏 살린 넉넉한 스타일의 제품도 눈에 띈다. 어깨가 드러나는 헐렁한 스웨터, 망토(케이프), 무릎까지 내려오는 카디건 등의 오버사이즈 의류가 많다.

색상 트렌드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짙은 와인색(버건디), 회색(차콜), 낙타색(카멜), 베이지 같은 전통 캐시미어 컬러가 대세인 가운데 연한 핑크나 블루 같은 올해 유행 컬러를 반영한 상품과 겨자색, 민트색 등의 독특한 컬러 아이템도 보인다.

품목별로는 스테디셀러인 카디건·스웨터·코트를 중심으로 발목까지 오는 롱드레스·원피스·크롭 팬츠·트레이닝 팬츠 등 하의도 많이 나왔다. 캐시미어 제품 전문 브랜드 ‘르 캐시미어’ 마케팅팀 강혜원 팀장은 “올해엔 무릎 아래까지 오는 캐시미어 롱 스커트 제품이 인기”라며 “입지 않은 것 같은 가벼움과 특유의 신축성이 캐시미어 치마의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남성과 아이용 캐시미어 제품도 많이 나왔다. 여성 의류에 비해 디자인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깔끔하고 단순한 스타일을 유지했다. 아동용은 기본 상·하의부터 귀를 덮는 모자, 장갑, 머플러까지 다양하다.

올해엔 홈쇼핑·백화점이 자체 캐시미어 브랜드를 대거 론칭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캐시미어 전용 브랜드 ‘델라 라마’를 선보였다. VIP와 멤버십 고객 대상 설문에서 사고 싶은 아이템으로 ‘캐시미어’가 뽑힌 게 큰 계기가 됐다. 해외에선 미국 니만마커스, 프랑스 프렝탕, 일본 이세탄 등 명품 백화점들이 자체 캐시미어 브랜드를 만들어 시즌마다 제품을 내놓는다.

캐시미어 함량 표시 확인해야
캐시미어, 양모 니트류만 생산하는 전문 브랜드도 있다.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리플레인’, 파스텔 톤의 고급스러운 키즈 제품으로 유명해진 ‘르 캐시미어’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말부터 홈쇼핑 채널에서도 캐시미어 제품이 많이 나온다. 지난 9월 론칭한 롯데홈쇼핑 자체 캐시미어 브랜드 ‘LBL’의 캐시미어 코트 등 기본 아이템은 세 시간 만에 110억원어치나 팔렸다. CJ오쇼핑에서도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장식된 귀여운 캐시미어 100% 스웨터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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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캐시미어 카디건을 울 팬츠·장갑과 함께 고급스럽게 스타일링한 모습.

기성품 대신 나만의 맞춤형 캐시미어 코트를 찾는 고객도 늘었다. 서울 소공동이나 종로 양장점에서 캐시미어·양모의 혼합률과 컬러, 디자인을 고르면 2~3주 만에 코트가 완성된다. 40여 년 맞춤 정장을 제작해 온 ‘알라모다’의 박상찬 대표는 “예전에는 50~60대 고객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몸에 딱 맞게 입는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20~40대 고객도 많아졌다”며 “고급 원단 캐시미어 코트 제품을 시중의 50~70%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시미어 제품은 브랜드 및 캐시미어 함량에 따라 가격대가 5만원대부터 100만원대 이상까지 다양하다. 면과 혼합한 경우가 가장 저렴하고 캐시미어 함량이 높을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몇 년 전엔 일부 브랜드에서 캐시미어 함유율을 과장 표시해 문제가 됐다. 박 대표는 “눈으로 얼핏 보면 구분이 힘들지만 100% 캐시미어는 감촉이 무척 부드럽고 가벼워 손으로 주의 깊게 만져보면 대부분 알 수 있다”고 했다.

관리할 때 유의할 점도 있다. 한양여대 니트패션디자인학과 최원석 교수는 “캐시미어는 양모에 비해 강도가 80% 정도로 약해 드라이클리닝이나 손세탁을 해야 한다”며 “동물의 천연 털이라 찬물이나 캐시미어 전용 세제로 빨고 서늘한 곳에 눕혀 말리면 줄지 않고 10년 이상 입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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