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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어선, 해경 고속단정 전복 위해 '확인충돌'까지 했다

중앙일보

입력

불법조업 중국 어선이 지난 7일 단속중이던 해경 고속단정을 완전히 전복시키기 위해 ‘확인 충돌’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9일 주한 중국 대사관 총영사 불러 항의
정부 조치 ‘외교적 항의’가 전부, 한계
정부 안팎서 중화기 무장 필요성도 제기

9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7일 오후 3시 10분쯤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76km 해상에서 중국 어선 40여 척을 단속하기 위해 해경 고속단정(1호기)이 출동했다. 단정에 있던 9명 중 8명이 불법조업 어선에 올라 조타실 자물쇠를 해체하는 동안 조동수 경위(50ㆍ단정장) 1명만 단정에 남아 있었다. 이때 100t급 중국 어선이 단정의 뒷부분을 강하게 들이받았다.

정부 소식통은 “당시 조 경위는 단정을 몰며 중국 어선들이 우리 수역을 넘어 중국 쪽으로 도주하지 못하도록 밀어붙이는 중이었다. 해경은 중국 어선이 고의로 들이받은 걸로 추정된다고만 발표했지만, 실제론 확인 충돌까지 한 걸로 확인됐다”며 “처음 받아서 완전히 안 넘어가자 한 번 더 들이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는 고의일 뿐 아니라 사상(死傷)의 의도가 충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불법 조업 중국 어선에 의해 해경 고속 단정이 침몰한 것은 처음이다.

조 경위는 첫 번째 충돌 때 바다로 뛰어들었고, 인근에 있던 고속단정 2호기가 출동해 무사히 구조됐다. 정부 당국자는 “다행히 다치지 않았지만 어선들이 혼잡스럽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정신이라도 잃었다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소식을 듣고 관련 실무자들 모두 2011년 중국 불법어선 단속 중 사망한 특공대원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외교가 소식통은 “꽃게철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우리가 중국에 외교적으로 밀리는 것처럼 보이면서 중국 어선들도 이를 틈타 더 강하게 나온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동북아국 배종인 심의관은 10일 오후 주한 중국 대사관 총영사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측은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중국 측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이에 중국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중국 어선에 대한 지도와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있는 만큼 앞으로도 관련 사항을 예의주시하고 해경, 해양수산부 등 우리 관계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근절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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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중국은 불법 조업 관련 협의 때마다 한국 측에 ‘문명적인 법집행’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렇게 하면서 무슨 문명적 법집행이냐”는 격앙된 분위기가 정부 내엔 조성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어선들이 사법 집행기관에 노골적으로 도전하는데도, 정부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주한 중국 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항의하는 외교적 대처밖에 없다.

이에 정부 안팎에서는 단속시 중화기 사용을 허가하는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단속 때 해경은 K1소총 등을 쐈지만, 중국 어선들은 떼지어 위협을 하다 중국으로 도주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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