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신음식 아교 때문에 아프리카 당나귀 수난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당나귀

중국인들이 보양 음식 재료로 당나귀 고기를 애용하는 바람에 아프리카 대륙의 당나귀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고 최근 미국 CNN과 영국 BBC 방송이 잇달아 보도했다.

당나귀 고기는 중국 북부 지역에서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고 가공육 제품의 형태로도 만들어져 전국의 대형마트에도 공급되고 있다. 베이징 등 중국 북부 지방의 식당 간판에 여육(驢肉)이라 적혀 있으면 당나귀 요리를 파는 곳이란 의미다. 하지만 당나귀는 맛보다는 건강에 좋다는 믿음 때문에 애용되고 있다. '하늘에는 용(龍) 고기 땅에는 당나귀 고기가 최고'라는 말이 전해내려 올 정도다.

특히 당나귀 가죽을 고아서 만드는 아교(阿膠) 가 보양 음식으로 애용되면서 중국의 당나귀 수요는 급격하게 늘었다. 아교는 감기, 불면증, 빈혈 등에 효험이 있고 여성 질환에도 잘 듣는 전통 건강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수백년 전통의 산둥(山東)성의 한 아교 제품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브랜드다.

중국은 국내 공급만으로는 부족한 당나귀를 나이지리아와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 서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니제르는 지난해 당나귀 2만7000마리를, 올해에는 8만 마리를 수출했고 140만 마리 당나귀를 보유한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지난 6개월 동안 4만 5000마리가 도살됐다. 하지만 무분별한 도살과 이로 인한 환경오염, 질병 확산 등의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니제르와 부르키나파소는 당나귀 도살 및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지난 7월 부르키나파소의 발로레 마을에서는 당나귀 피가 상수원으로 흘러들어가 주민들이 도살장을 공격해 폐쇄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