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6세 딸 학대치사한 양부모 "사전답사때 시신 태울 나뭇가지 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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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시의 한 야산에서 진행된 주씨 등의 현장검증 모습. 최모란 기자

7일 낮 12시쯤 경기도 포천시의 한 야산. 우거진 수풀을 거쳐 300m를 들어가자 물이 바짝 마른 계곡이 나왔다. 그 안으로 담요에 싼 마네킹을 어깨에 맨 양부 주모(47)씨가 경찰관들과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포승줄에 묶인 동거인 임모(19·여)씨가 따라왔다.

당시 양모 김모(30)씨는 산 입구에서 망을 보고 있어 산으로 올라오진 않았다고 한다.
움푹 들어간 계곡 안에 미리 준비한 나뭇가지로 만든 단 위에 마네킹이 올려졌다. 경찰이 "시신을 어떻게 태웠냐"고 묻자 주씨는 "나뭇가지를 모아서"라고 짧게 대답했다. 주씨의 오른쪽에 선 임씨는 "(시신이 탈 동안) 옆에서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들은 숨진 A양(6)의 시신을 3시간 동안 화장한 과정과 유골을 돌 등으로 깨는 장면을 담담하게 재연했다.

입양한 6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화장한 양부모 등의 현장검증이 이날 오전 열렸다. 이들은 2시간에 걸쳐 포천의 아파트에서 시신을 훼손한 야산까지 3곳을 오가며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오전 11시 학대가 이뤄진 아파트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는 주민 100여 명이 몰려 이들을 지켜봤다. 주씨 등이 경찰차량에서 내리자 곳곳에서 야유와 고함도 쏟아졌다. 주민 김모(65·여)씨는 "입양했다고 해도 자기들의 딸인데 어떻게 그렇게 해칠 수 있느냐"고 말했다.

30분에 걸쳐 집 안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전에 경찰에 "언론 인터뷰는 거부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은 A양을 파리채로 때리고 테이프로 묶어 학대하는 과정과 시신을 담요에 싸서 차에 싣는 과정까지 태연하게 재연했다. 이후 20여 분을 이동해 A양의 옷 등을 버리고 야산으로 이동했다.

정기보 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장은 "이들이 A양을 학대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을 별다른 감정없이 비교적 담담하게 재연했다"며 "사전답사 당시 나뭇가지를 미리 모아놔서 시신 훼손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사고 원인 등을 좀 더 조사한 뒤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주씨 등은 지난달 28일 오후 11시쯤 포천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A양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17시간 방치해 다음 날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4시쯤 숨진 A양의 시신을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불에 태워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포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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