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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306대 1, 인천에선 미달…분양 양극화 뚜렷

중앙일보

입력

 
가을 성수기를 맞아 아파트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뛰어난 입지와 상품성을 갖춘 도심권 아파트는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데 반해 수도권 외곽지역 내 단지는 미달 사태를 겪고 있다. 주택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돈이 되는 단지’에만 청약자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일 전국에서 10개 아파트가 1순위 청약 접수를 했다. 이 중 1순위 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5곳뿐이다. 특히 서울 재건축 단지가 인기를 끌었다.

대림산업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아크로 리버뷰(신반포5차 재건축)는 평균 3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분양 2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8585명이 몰린 것이다. 이는 올해 수도권 분양단지 중 가장 높은 경쟁률로, 지난 8월 분양한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의 평균 100대 1 기록을 뛰어넘는 수치다. 단지 내 최고 경쟁률은 전용 78㎡A타입이 기록한 488대 1로 11가구를 모집하는데 5370명이 신청했다. 현대산업개발이 마포구 망원1구역 일대를 재건축하는 마포한강 아이파크도 평균 55.9대 1로, 올해 강북권 최고 경쟁률 기록을 새로 썼다.

두 단지 모두 주변에 교통·교육·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데다 한강변에 들어서는 입지 여건 덕에 청약 전부터 주택 수요자의 관심을 모았다. 한 분양대행회사 관계자는 “한강시민공원이 가까워 여가활동을 즐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희소성이 높아 한강변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크로 리버뷰는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지 못하는데도 청약률이 높았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4194만원으로, 가장 작은 전용 78㎡형도 13억7700만~14억9600만원에 달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상관없이 자금력 있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반면 도심에서 벗어나 택지지구 등 수도권 외곽에 있는 단지는 ‘쓴맛’을 봤다.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들어서는 송도 동일하이빌 파크레인은 1172가구 모집에 447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인천 중구 영종 한신더휴 스카이파크는 일부 주택형이 모집 가구를 채우지 못했다. 인천 연수구와 중구는 공급 과잉 우려 등으로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동춘동의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돼 수요자들이 청약에 나서길 주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외 김포 한강신도시 호반베르디움과 화성 송산그린시티 요진와이시티도 일부 주택형이 주인을 찾지 못해 2순위 청약을 받았다.

단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데에는 지난해 이후 신규 분양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새 아파트를 고르는 기준이 깐깐해진 영향이 크다. 공급 과잉 우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변수로 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한 대형 건설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곤 주택시장의 호조세가 조만간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래가치가 높거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단지에만 청약 수요가 쏠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앞으로 청약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대기 수요가 풍부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 인기 지역 위주로 청약자가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분위기에 휩쓸린 청약은 금물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청약 경쟁률은 수십 대 1인데 실제 계약률이 낮은 단지가 적지 않다”며 “이 경우 미분양이 쌓여 실수요자가 피해를 떠안을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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