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 성장에 최대 위협” IMF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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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과 지난 6월 결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를 세계 경제 성장의 주요 위협 요소로 지목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발표하면서다. IMF는 매년 4월과 10월 2차례 세계경제보고서를 내고,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모리스 옵스펠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저조한 경제 성장과 느린 경기 회복을 두고 “정치적인 긴장이 선진국 경제를 정책 불확실성의 중심지로 만들고 있다. 정치의 파급이 세계 경제 성장을 더 억누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FT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강조하는 보호무역주의는 자유무역을 강조해 온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를 뒤집으면서 새로운 차원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각 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면서 무역의 큰 흐름이 바뀔 수 있단 얘기다. 옵스펠드는 이런 트럼프 변수에 대해 “불확실성은 투자와 고용에 좋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멕시코에서 들여오는 물건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선 “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새로운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반박했다.

이번 IMF의 발표에서 미국(2.2→1.6%)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IMF는 기업 투자 부진에 따라 올해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관측했지만, 옵스펠드의 분석에 따르면 11월로 예정된 미 대선도 무관치 않은 셈이다.

옵스펠드는 브렉시트와 관련, “지금까지 정치가 경제에 비치는 영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라며 “영국이 EU를 떠나기로 결정한 건 향후 몇 년간 영국과 유럽 경제에 불확실성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IMF는 영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1.8%)보다 0.7%포인트 낮은 1.1%로 낮춰 잡았다. 브렉시트가 결정되기 전인 지난 4월 예상한 2.2%의 절반이다.

IMF는 선진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내다봤다. 하지만 신흥국의 경제성장률(4.2%)이 선진국의 저성장을 상쇄하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은 3.1%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전망 때와 변동이 없는 수치다. IMF는 브라질과 러시아 등 신흥국이 경기침체에서 빠져 나오기 시작하는 내년부터 세계 경제 성장률이 조금씩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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