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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치료 중단한 의료진은 '살인죄'"…서울대병원 "가족 동의있어 적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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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지난3일 고 백남기씨 사망진단서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고(故) 백남기씨 사망 진단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 백씨에 대한 치료를 중단한 의료진에게 ‘살인죄’를 물을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환자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치료 중단은 범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 전문 변호사인 신현호 변호사는 4일 ”백씨의 유족이 연명치료 중단에 동의했다고 하는데, 이 법은 2018년 시행되는 것으로 현행법에 따르면 유족 동의 여부를 떠나 치료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유족이 반대해 치료를 못했다는 주치의의 입장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법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변호사는 1997년 발생한 ‘보라매병원 사건’ 처럼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보호자의 요구로 연명 치료를 중단했던 의료진이 살인방조죄 유죄(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 사건 이후 존엄사 논의가 촉발되기도 했다.

지난 3일 언론 브리핑에서 백씨의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사망했다고 보고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표기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급성신부전 치료를 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연명치료를 포기해 사망하게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사망한 백씨 가족 두 명 입회하에 심폐소생술ㆍ혈액투석ㆍ약물투여(승압제 등) 등을 하지 않는 계획서를 작성했다. 2018년 2월 시행 예정인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것이다.

신 변호사는 "의료진이 치료하면 며칠이라도 더 살 줄 알고 있었는데 치료를 중단한 것은 현행 형법상 범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이윤성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은 안됐지만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회생 가능성이 없고 급속도로 임종(臨終) 단계에 접어든 환자가 자신의 뜻을 문서로 남겼거나 가족 2명 이상이 평소 환자의 뜻이라고 진술하면 의사 2명의 확인을 거쳐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중단되는 연명 의료는 심폐소생술이나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부착 같이 치료 효과 없이 사망 시기만 지연하는 의료행위다.

그러나 시행전 법률에 따른 행위는 무효라는게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다. 결국 백씨의 사망 원인을 떠나 치료를 중단한 의료진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측은 2009년 ‘김할머니 사건’을 참고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아직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이 안됐으나 김할머니 사건처럼 가족들의 동의가 있어 적법하다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김할머니 사건’은 2009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식물인간 상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 달라는 가족의 요구를 대법원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김 할머니 사건’ 이후 존엄사 논의가 재점화돼 6년 만에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09년 대법원은 ”사망단계에 이른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가 무의미하고 환자 본인이 연명 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미리 밝혔을 경우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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