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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고급모피의류 수출 태림모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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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가리봉동 구로 제3공단에 자리잡은 태림모피 제2공장-.
건평 5백평의 공장내부에서는 환한 형광등 불빛아래서 특수미싱(오버룩미싱)으로 밍크원피를 박는 90여 근로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작년 수출 6백만 불>
스칸디나비아나 미국에서 수입한 밍크원피를 절단기를 이용, 폭 5㎜,길이 10㎝정도로 잘라 이것을 다시 하나하나 봉합하는 과정이다. 털의 길이와 빛깔·방향을 고르게 하기 위해 잘게 조각을 낸 뒤 다시 깁는 것.
밍크 롱코트 한 벌을 짓는데 드는 밍크원피는 40∼50마리 분. 5천 개 이상의 원피조각을 일일이 미싱질하는 정성이 모아지고 사홀간 16개 공정을 거쳐야 2천 달러부터 3천 달러까지 받는 최고가 옷이 만들어진다.
태림모피는 모피의류만을 생산, 수출하는 중소기업이다. 밍크를 비롯한 세이블(검은 담비)· 여우·라문 등의 고급원피를 들여와 코트·재킷·목도리 등을 만들어 전량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 실적이 6백만 달러, 올해는 8월말 현재 작년실적을 넘어선 6백20만 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태림모피가 다른 기업과 다른것은 제품의 대부분을 일본으로 수출한다는데 있다. 대일무역적자가 자꾸 쌓여가는 마당에 지난해 5백50만 달러, 올해는 5백만 달러 등 80%이상을 일본에 수출, 까다로운 일본시장을 공략하는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일본에 제품을 팔려면 일본사람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본사람들은 깔끔하고 완벽한 제품을 찾기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이종범사장(47)은 몇 년 전 동경의 한 백화점에 들렀을 때 한국산 와이셔츠가 정문 옆 판매대에서 일제의 반값에도 못 미치는 헐값으로 덤핑판매 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한다.
소재나 디자인 등이 뒤질게 없는데 실밥이 나와있거나 단추구멍이 비스듬히 뚫려 있는 등 사소한 끝마무리가 미흡한 때문인 것을 알고 느낀바가 많았다고.
마침 과당경쟁과 국제적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 사장은 사시를「마무리 꼼꼼」으로 정하고 82년부터「바스킷 태그 시스팀」이란 독특한 품질관리방식을 채택했다.
별것이 아니다. 제품 1벌에 해당하는 모든 물품을 한바구니에 넣어 운반하며 각 공정별로 작업자가 꼬리표에 사인을 하는 세도다.
옷본 및 원피가 뒤섞이는 일이 없어 작업능률이 크게 높아졌고 꼬리표에 작업자의 이름을 써넣게 되니 한번 더 살펴보는 정성을 기울이게 됐다.

<제품불량률 영으로>
이 제도 덕분에 불량률이 영으로 떨어졌고 바이어들도 품질을 인정, 바이어검사 없이 자체검사만으로 제품을 출고하고 있다고 이보영 기획실장은 밝혔다.
품질이 좋아져 제값 받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2O여년 동안 모피와 더불어 살아온 이 사장은 나름대로의 고집을 아직까지 지켜오고 있다. 그것은 절대로 값을 깎아주지 않는다는 것.
품질이 좋은 만큼 제값은 받아야겠다는 장인특유의 배짱(?)이랄까. 지난83년 가격을 깎아달라는 바이어와의 상담을 거절, 노사협조 아래 4개월이나 조업단축을 하며 버텨 결국 제값을 받은 일화가 있다.
대신 질 좋은 제품을 약속한 대로 선적한다는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고 이 사장은 장담한다.
태림모피가 꾸준히 성장을 다져온 데는 해외바이어들과의 오랜 유대관계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일본의 대양밍크와는 지난66년 이 사장이 도일, 대양에서 밍크가공기술을 배워온 이래 아직까지 거래를 해오고 있고 중촌·동방밍크 등과도 경조사 때면 화환을 교환할 만큼 신뢰를 쌓고 있다.
바이어와 유대관계를 돈독히 유지해온 데는 거래선의 경쟁업체와는 거래를 하지 않고 한곳에 수출한 제품의 디자인은 다른 거래처에 팔지 않는 등 이 사장의 세심한 배려가 바탕에 깔려있다.
태림모피 현장에는 농아자를 비롯한 장애자 몇 명이 땀을 훌리고 있어 이채롭다. 지난79년 경쟁업체들이 숙련기술자들을 스카웃, 구인난을 겪을 때 이 사장이 서울상도동의 삼성농아원에서 최월숙양(당시17세·결혼 후 현재도 근무하고 있음)을 데려다 쓴 것이 발단이 되어 지금은 전 종업원의20%에 이른 것이다.
『특별한 사명감에서라기보다 자구책으로 시도한 것』이라며『정상인보다도 집중력이 뛰어나 근무성적도 좋은데다 다른 업체에서 스카웃해갈 염려가 없어 일석이조』라며 이 사장은 웃는다.

<종업원20% 장애자>
이들 농아자와 의사소통을 위해 이 사장이 직접 수화를 배웠고 전직원에게 매주1번씩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교재『우리들의 수화』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종업원에게 월급을 많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인간적으로 대해 신바람 나게 하는 사내 분위기와 종업원과 관리자가 서로 믿는 풍토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방침하에 현장에는 작업감독이 없으며 종업원의 가방을 뒤져본 적이 없다고 한다. 또 모피의류제조업자체가 숙련된 기술인력을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업종이어서 결혼 후에도 미싱을 대여 받아 집에서 일을 하는 기혼여성들이 3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사장은 현재의 소생산·고품질체제를 계속 유지하는것이 태림모피의 살길이라며『현재 수출량의 20%를 차지하는』고유브랜드「LYNN」의 수출비중을 50%이상으로 높이고 세계적인 석가품으로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면서 중소전문업체들이 우대 받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을 맺었다.<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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