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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륙 횡단 드라이빙 나섰던 노마 바우어슈미트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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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와 애완견 푸들 링고가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한 장면을 따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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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나이에 자궁암 말기 선고를 받은 뒤 치료 대신 미국 대륙 횡단 자동차 여행에 나섰던 노마 바우어슈미트(91)가 여행 시작 13개월만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바우어슈미트의 가족은 1일 페이스북에 "오늘 우리는 (그를) 떠나 보냅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바우어슈미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바우어슈미트는 지난해 병원에서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암 진단 이틀 뒤 67년간 함께 살아온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의사는 당장 항암치료를 받을 것을 권했지만 바우어슈미트는 병실에서 삶을 마무리하길 원치 않았다. 그의 아들 팀 바우어슈미트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여행을 즐기던 팀은 어머니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그해 8월 바우어슈미트와 아들 내외, 애완견 링고는 함께 캠핑카를 타고 미시건 주 프레스크아일의 자택을 떠나 미 대륙 횡단을 시작했다. 바우어슈미트는 그랜드캐년, 옐로스톤 등 국립공원 20여 곳을 방문하고 생전 처음 열기구를 타거나 승마를 하고 초록 토마토 튀김을 맛보는 등 새로운 경험을 만끽했다. "90년 넘게 살면서 사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고 바우어슈미트는 말했다. 아들 팀도 "어머니가 이렇게 많이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며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8월까지 1년 간 이들은 32개 주 75개 도시를 돌며 약 2만1000㎞를 여행했다.

그러나 바우어슈미트의 건강은 워싱턴 주 프라이데이하버에 도착한 8월 초를 기점으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여름을 맞아 이곳에서 배를 타고 섬들을 여행하며 고래를 구경할 계획이었던 바우어슈미트는 대부분의 시간을 병상에 누워 지내야 했다. 아들 팀과 며느리 라미는 페이스북에 "어머니와 함께해 온 대장정이 끝을 향해가는 것 같다"며 우려하는 글을 남겼다. 그들의 걱정대로 결국 프라이데이하버는 13개월에 걸친 여행의 종착지가 됐다. 바우어슈미트는 아들 내외가 지켜보는 가운데 캠핑카 안에서 숨을 거뒀다.

이들은 여행 시작과 함께 페이스북에 '드라이빙 미스 노마'란 계정을 만들고 여행기를 게재했다. "사람들이 내 여행을 지켜보면서 삶을 마무리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바우어슈미트는 말했다. 45만여 명이 이 계정을 통해 바우어슈미트의 여행을 지켜보며 행복을 나누고 용기를 얻었다. 사람들은 바우어슈미트의 별세를 알리는 페이스북 글에 '슬퍼요' 등의 반응 10만여 개를 보내며 애도를 표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바우어슈미트는 나를 울고 웃게 만들었다. 삶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줬다"는 글을 남겼다.
바우어슈미트의 시신은 그가 생전에 바랐던 대로 화장된 뒤 미시건 주의 남편 무덤 옆에 매장될 예정이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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