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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첨단장비의 방송잔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아시안게임은 사실상 방송제전이다. 국내 KBS· MBC 양방송사는 30억 아시아인들의 눈과 귀를 서울로 끌어들여 화려한 입장식에서부터 석별의 정을 나누는 폐회식장면까지 힘과 미의 약동을 중계할 준비를 끝냈다.
86방송은 아시안게임사상 최초로 주관방송(Host Broadcaster·HB)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대회조직위에서 국내의 특정방송을 위촉, 외국방송기관의 모든 취재 업무를 대행케 하는 제도로 이번 86방송 및 88방송의HB는 KBS가 지정됐다.
이에 따라 KBS는 서울 올림픽방송본부 (SORTO)를 유기적으로 2원화, 88본부 쪽에선 국제방송센터 (IBC)를 짓고 있고 86본부 쪽에선 지난 6일 아시안게임방송센터(ABC)를 8억 원을 들여 완공했다. 모든 86방송업무는 이 ABC가 관장하게된다.
KBS본관 옆에 자리잡은 ABC는 건물면적 9백53평에 분배센터·중앙 녹화실·요약물 제작실 등이 들어있는데 이중 2백여평은 일본NHK, 중공CCTV, 미VOA, 독ARD방송 등 11개국 14개 방송기관이 상주용으로 이미 예약을 끝낸 상태. 1만3천여 점의 장비와 5백여 영상·음향·전화회선, TV위성중계회선 (태평양·인도양 각2회선)도 구비돼 있다. 분배센터·부킹 센터 종합상황실 등은 이미ABC요원 1백여 명이 최종장비 점검에 들어갔다.
86방송은 아시안게임 방송사상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8월말 현재 29개국 42개 방송기관에서 방송참가를 신청해왔는데 이중 미·영·독 등 비 아시아존 9개국에서도 88대회를 겨냥, 방송신청을 해왔다. 보도진은 외국방송인 5백여명, 국내방송인 1천8백여명이 몰려 들 것으로 추산되는데 인쇄매체까지 합하면 국내의 언론인 3천6백여 명이 참가하게 된다.
이번 86방송은 또 아시안게임 방송사상 최초로 「국제신호」로 제작된다. 이것은 어느 나라 선수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 카메라 워크로 제작하되(국제영상) 경기장의 순수한 배경음·효과음만을 녹음해야 하는(국제음향) 프로그램을 말한다. 32개 경기장에서 25개 종목별 「생방송」 및 「요약물」로 제작된 이 국제신호가 ABC에 접수되면 각국 방송사들은 원하는 장면을 선별해 자국어 녹음을 입힌다.
우리나라 국내방송도 이같은 국제신호를 사용한다는 점에선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한국선수 위주의 화면중계는 이 선별과정에서 결정된다.ABC는 또 매일 전경기의 하이라이트 및 게임결과를 40분끼리 일일 요약물로 만들며, 개별방송기관의 요구가 있으면 국제신호와는 별도로 게임취재를 대행해주는데 (개별신호) 이 경우는 유료서비스다.
제작진 및 장비 동원도 아시안게임 방송사상 최대규모. KBS 7백41명, MBC 1백63명 등 모두 9백4명이 실질적인 제작진으로 동원된다. 그러나 자원방송요원·서울아시안게임 조직위·한국전기통신공사·국내방송요원 등을 합하면 86방송요원은 2천4백여명을 넘게된다.
동원장비는 중계차 22대(KBS14·MBC8대), 카메라1백13대(KBS73· MBC40대), 헬기2(KBS·MBC각1대), 마라톤중계용 무공해 배터리 카2대(KBS) 등 3천여점에 달한다. 특히 KBS가 미 로스코사에서 대당 40억원에 수입한 대형 트레일러중계차 2대와 각국 선수들의 기록 등을 기억시킨 방송컴퓨터 비디마스터(KBS 자체개발)가 돋보인다.
이번 86방송경비는 모두 36억 원이지만 이와는 별도로 86, 88 겸용장비구입에만 2백2억 원이 투입됐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남은 것은 32개 경기장에서 일제히 터져 나올 명쾌한 『큐!』소리들뿐. 한가지, 86방송 이후 남는 인력과 장비를 88대회까지의 약2년에 걸친 공백기간동안 어떻게 활용하는가하는 문제가 남는다. 민간체육진흥이나 문화행사 등에 이들을 활용하는 등의 정책적 방안이 지금부터 강구돼야 할 것이다. <기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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