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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퇴폐가 넘치는 디스코테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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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새벽1시, 서울M호텔 성인 디스코테크. 선정걱인 조명이 은은한 20여평 무대. 애잔한 블루스곡에 맞춰 백인 남녀 무용수 한쌍이 무언의 러브신을 연출한다. 남녀 모두 신체의 부끄러운 부분만을 살짝 가린 아슬아슬한 비키니차림. 여자의 가슴은 아예 열려 있다.
음악의 템포가 빨라지면서 무대를 어지럽히는 현란한 사이키델릭의 조명, 절정의 순간을 연출하는 백인남녀의 기묘한 몸짓, 취객들의 박수와 휘파람 소리속에 장내 분위기는 고조되어간다.
국제 환락가의 밤무대를 무색케하는 속칭 「아다조」 춤의 현장이다. 매일밤 10시30분, 새벽 1시30분등 두차례씩 이 호텔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노골적인 러브신을 연출하는 이들 백인 남녀는 네델란드에서 불러온 이 분야의 베테랑들.
이제 한국의 향락산업은 선정적인 분위기 조성을 의해 천금같은 달러를 물쓰듯 하며 해외에서 백인 무용수를 영입할 만큼 성장(?)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당국의 허가를 받고 이들을 출연시키고 있다』 는 것이 이 업소간부의 설명. 그러나 2백여평 넒은 홀에 외국인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다. 70여개의 테이블을 가득 메운 2백여명의 손님들은 대부분 20∼30대의 내국인들.
술값은 기본 (맥주3병+안주l개)이 2만9천원. 무용수를 불러 한잔 사고 기분낸다며 몇고비 넘기다 보면 술값은 10만원선을 훨씬 웃돈다.
『1인당 최소한 15만원은 있어야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룸살통에 비해서는 싼값. 그러나 물밀듯 닥치는 손님 때문에 이 업소의 하룻밤 전체매상은 평균 5백만∼6백만원. 룸살롱의 매상액과 어깨를 겨룬다.
룸살롱서 「제왕의 호유」를 맛볼 형편이 못되거나 취향을 달리하는, 보다 젊은 성인들을 위해 나이트클럽·카바레·성인디스코가 또 다른 향락지대를 마련하고 있다.
룸살롱에 견줄수 없지만 월급장이 주머니론 가볍지만도 않은 술값에도 이들 업소는 날로 늘어나며 번창, 건전한 유흥보다 불건건한 퇴폐·향락의 분위기 조성에 큰 몫을 한다.
8월말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나이트클럽·카바레·디스코테크등 무도 유흥업소는 2백10곳. 81년의 1백12곳에 비해 5년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업소들의 시설경쟁·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동대문 K카바레는 8백여명을 동시 수용할수 있는 「동양최대」 규모의 무도장. 하룻밤 매상액은 평균7백만∼8백만원. 최고 1천만원을 돌파한 적도 있다.
서울 T호텔 카바레도 5백여명(테이블1백20개) 동시 수용규모를 자랑한다.
이 카바레는 벽·천장등이 모두 유리거울로 장식되어 있는 것이 특징. 이같은 실내장식에 약1억원을 투자했다.
하루 평균매상액을 3백만원으로 잡더라도 서울시민이 하룻밤 이들 업소에서 마시고 춤주는데 뿌리는 돈이 6억원.
아는 사람들은 그래서 나이트클럽·디스코테크·카바레 등의 유흥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 로 부른다.
하루 평균매상을 5백만원으로 잡을 경우 월평균 매상액은 1억5천만원. 이중 웨이터 마진,술·안주등 재료비 20%, 밴드및 연예인 출연비(월평균 3천만원)·인건비및 관리비 (월평균 2천만원)등을 제외하고도 업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3천만∼4천만원에 이른다.
어떤 사업이 이만큼 이익을 보장해 줄것인가. 길목이 좋고 지명도가 높은 영동일대의 나이트 클럽·디스코테크 등에는 엄청난 권리금이 붙어있다.
지난해 7월 개업한 영동 L호텔 나이트클럽 권리금은 무려 7억원. 실내장식비 2억원을 포함할 경우 나이트 클럽 한곳 경영에 웬만한 중소기업 자본금과 맞먹는 1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투자액도 2∼3년이면 본전을 뽑고 남는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돈이 흐르는 곳에 폭력조직은 기생한다. 이들 업소의 영업부장은 으례 폭력조직의 차지. 업소의 질서유지·수금등 업무를 맡아 경영의 실권을 휘두르기 예사. 카바레· 나이트클럽에는 「화장실 사강」이란 직함이 있다.
화장실을 드나드는 손님들에게 향수등을 뿌려주고 팁을 받는 영업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장.
이 화장실 서비스 영업권을 따내는 권리금이 5백만∼6백만원. 그러나 손님들이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동안 1인당 최소한 1천원 이상은 팁으로 내놓기 때문에 월평균수입이 2백만∼3백만원. 대부분이 폭력조직의 차지이거나 폭력조직과 줄을 대야한다.
유흥업소중 나이트클럽·디스코테크·카바레만큼 업주와 폭력조직·호스티스·웨이터· 스트립걸등이 서로 뜯고 뜯기면서 공생하는 집단도 드물다.
호스티스는 웨이터에게, 웨이터는 상무·전무등 간부에게, 업주는 폭력배에게 뜯기고 이같이 뜯기는 몫은 바가지요금·서비스차지·팁등의 명목으로 손님에게 돌아간다.
고객유치를 위해 보다 은밀한 분위기, 보다 선정걱인 쇼등 경쟁은 외국인 무용수를 수입한 라이브쇼에까지 이르렀다. 오래전부터 주부 「춤바람」의 온상이 되어온 카바레엔 여전히 「제비」와 폭력이 도사려 가정파괴의 범죄까지 심심치 않다. 그래도 밤이면 불야성으로 흥청인다. 언제까지 생산없는 곳에 돈이 흘러야만 하는가.
◇고려대 임희섭교수 (사회학)=정신문화가 물질문명을 따라가지 못하는 고도성장의 산업사회가 낳은 병폐다.
돈·지위·향락등 외적인 가치로 자기만족을 얻으려는 정신자세에서 이제는 탈피해야 할때다.
국민 개개인은 내면적인 가치추구로 자기실현에 힘써야 하며 정부는 국민들의 도덕성의 회복, 인간적인 성숙, 가치관 정립등을 위한 교육을 부단히 실시해야 한다. <김창욱·문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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